´내가 뭐라고´
이번 주 내내 입안에서 맴돌던 말이었습니다.
상대에게 따지듯 덤벼들 때 앞장 세우는 그 말이 아니라, 혼잣말처럼 말 끝에 붙이는 한숨 같은 말.
그러니까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내가 뭐라고..... ´ 이렇게 흩어지는 말.
전쟁터에 나가 싸워야 하는 모든 젊은이들이 살기등등하고 기세 좋게 전진했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누군가는 마지못해 거기 따라왔을 것이며 변변한 무기도 손에 들지 못하고 무엇보다도 상대를 죽일 마음이 없어서 괴로웠을 것입니다. 전쟁터에서, 죽고 죽이는 거기에서 ´뒤가 물러서´ 그 사람은 참 곤란했겠습니다.
다들 ´내가! ´ 그러는 판에, 혼자서 ´내가 뭐라고.... ´ 그러면 어떡합니까.
그 말을 받을 준비가 돼 있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속에 넘기지 못하고 입에 넣고 굴리면서 살살 녹였던 것입니다.
나는 갑옷을 입고 창, 칼에 단도 한 자루도 다 챙기고 말을 하나 얻어 타볼까 호시탐탐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미투리나 신었을까, 솜이나 넣고 옷을 입었을까 싶은 저 군사가 흘린 여음구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편하지 않았습니다.
싸우러 나가는 나를 단박에 무장 해제시키는 그 말을 비싼 종이에 잘 싸놓아야겠습니다.
세상에 싸우러 온 것은 아니었는데 어쩌다가 그러고 지냈습니다. 그 말이 없었습니다, ´내가 뭐라고... ´
동감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조금만 더 가서 곧 끝내겠습니다.
저 완성되지 못한 말을 풀어서 다시 고쳐 쓰면 이런 문장이 됩니다.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
작고하신 스테파노 김수환 추기경께서 그러셨습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사랑이 내려오는 데 70년이 걸리더라고.
사도가 된 제자들이 그랬을 것입니다.
율법학자도 아니고 고위 관리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문이 좋은 것이 아닌 자기들을 어쩌자고.
유다 이스카리옷은 또 얼마나 기가 막힌 일입니까.
모순 矛盾은 말이 되지 않지만 말이 되지 않는 것을 다 보듬는 것이 성스러움입니다.
내가 뭐라고, 그것이 어떻게 행복했습니다로 끝나겠습니까.
하늘처럼 너른 공간에 펼쳐진 별들, 별이 없는 하늘은 하늘일까 싶습니다.
그 별처럼 반짝이는 것들이 우리가 도무지 알 수 없는 신비 아닐까 싶습니다.
그 빛으로 살아가고 있는 줄도 모릅니다.
사람 사는 일에는 빛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그래야, ´그래도 행복했습니다. ´ 인사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