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60

아침에,

by 강물처럼

그렇게 정한 사람도 없고 정해진 것도 없습니다.

다만 때를 정하고 움직이면 서로 편한 것이 있어서 가능한 시간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 하나가 있을 뿐입니다.


아침에, 7시가 되면 날려 보내고 싶어 합니다. 가진 것이 없는 오늘 아침에도 그러고 싶어 합니다.


감각은 내가 가진 것들 중에 돌올한 것이지만 감정만큼 곰살스럽지 못합니다. 두루 살펴서 더하고 덜한 데를 헐고 메워주면 온몸이 고마워할 텐데 늘 앞질러 갑니다. 그래도 그것이 첨병 尖兵 이어서 뒤를 따르다 보면 오붓한 구석이 있습니다. 부족한 대로 사는 맛이 있습니다.




오늘은 시간이 늦었습니다.


그런데 빼먹고 싶지는 않습니다.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학교에 가는 중입니다.


남들보다 늦게, 그런데 서두르고 싶은 것도 없어서 그게 왠지 좋습니다. 다른 날하고 다른 것이 하나 없는 날입니다. 아, 저는 달라졌습니다. 하루를 더 살았습니다. 저를 늙었다고 할까요, 컸다고 그럴까요? 내가 다니는 학교는 여기에서 거기까지를 가르치고 배웁니다. 가르치는 선생님들은 실력자들이십니다. 그분들의 공통점은 말이 없고 혼내지 않고 숙제도 내지 않습니다. 왔느냐는 말도 가느냐는 말도 좋냐, 싫으냐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변하지 않는 것을 변하면서 보여주십니다. 큰 굴레에서 작은 수레, 큰 수레에서 작은 굴레, 그런 것들이 칭칭 그리고 왕왕 돌고 돌아가는 것이 오붓합니다. 지금은 마삭줄이 잘 어울립니다. 손가락 두 마디쯤 되는 것들이 춥다느니 어쨌다느니 말도 없이 사람 지나가는 것을 구경합니다. 기꺼이 수업을 청하는 자 者는 먼저 발소리부터 죽이고 천천히. 오늘도 가르쳐 주소서.




<숨겨진 것도 드러나기 마련이고 감추어진 것도 드러나게 되어 있다. > 마르코 4:22




어제 일을 대충 마치고 장례식장에 다녀왔습니다. 어릴 적 친구의 어머니, 그러니까 이웃에 사시던 분께서 돌아가셨습니다.


한 분씩 돌아가신다는 말을 할 차례가 된 듯합니다.


사람은 그렇게 누군가 했던 말을 내가 하고 내가 했던 말을 내 뒤에 오는 사람이 하면서 회전 廻轉을 이루는 듯싶습니다.


되새김질 같고 돌탑을 쌓는 일 같습니다.


공손히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 자리밖에 인사할 수 없었던 인연이어서 한껏 공손해지고 싶었습니다.


그 자리에 누군가 아버지는 건강하시냐고 물으셨습니다.


아버지는 95년도에 돌아가셨다는 인사를 하고, 30년쯤 시간을 더 지나온 일이 어깨로 지나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아니었구나 싶었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도로가 한가했습니다. 먼 생각부터 불을 밝혔습니다. 다들 잘 지내고 있는 기억들.


그 기억들이 주인이라면 저는 나그네입니다.


내가 주인이라면 그들은 객 客일 것입니다. 혼란스럽지 않아도 되는 관계입니다.


멱살을 붙잡고 싸울 것도 없으며 앙탈이나 교태를 부릴 일도 없습니다. 서로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다만 불빛처럼 반짝여주니 어두운 길을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심심하지 않고 오붓합니다.




아, 이옥이란 사람의 글이 나와 인연이 닿았습니다.


꽤나 행복한 기분입니다.




모두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돌아가신 분들에게도 살아계신 분들에게도.

작가의 이전글기도 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