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77

아침에,

by 강물처럼

HODIE MIHI CRAS TIBI

나이는 들어가고 그만큼 구부정한 사람이 되어가는데 어디에서 이 바람이 부는지, 앞머리가 날립니다.


바람이 불면 길을 나서고 싶어 집니다.




아직 젊은가 봅니다.


계속 젊을 것 같아서 염려스럽습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가려거든 로마서를 한 번쯤 쓰고 가는 것이 어떨까요.


아니면 거기에서라도 한 페이지씩 적어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얼마 전까지 그거 하나면 좋겠다 그랬는데 아피아 가도를 따라 걷고 싶어 졌습니다.


로마에 처음 만들어진 이천 년도 더 된 길 위에서 나이를 먹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다.


그 길 옆에 세워진 무덤들에 새겨진 글자를 하나씩 받아 적어야겠습니다.


아무래도 힘이 더 떨어져야 그런 낭만이 멀어질 것입니다.


모르지요, 여전히 꿈 속일 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각 꿈을 꾸는 듯합니다.


블라디미르 푸틴은 푸틴의 꿈을 나는 강물처럼 꿈을 꿉니다.


그러니 어쩌겠습니까, 죽음이 가르쳐 줄 것입니다.


´오늘은 나 내일은 너´


내가 먼저 시범을 보일 테니 잘 봐 뒀으면 합니다.


그게 내가 건네는 제일 근사한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호스피스 의사 선생님이 책을 내셨습니다.


거기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인생은 좋은 죽음을 맞기 위해 살아가는 과정 같아요. 열심히 산 사람들은 되레 죽음을 잘 받아들이니까요."




하나만 더 소개하겠습니다.




"불효가 한으로 남아 세상 떠나는 부모를 고집스레 붙잡는 자식, 환자 앞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가족, 아내의 속을 무던히도 썩이고 마지막에서야 후회의 눈물을 흘리는 남편 등 다양한 군상이 세상 마감 현장에 있다."




내 발걸음은 여행이 아니면서 여행이면 좋겠습니다.


내 삶이 그랬던 것처럼 그리고 얼마 남은 시간에도 그럴 수 있도록 기도합니다.




<소금이 짠맛을 잃으면 무엇으로 그 맛을 내겠느냐?


너희는 마음에 소금을 간직하고 서로 평화롭게 지내라.> 마르코 9:50


작가의 이전글기도 2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