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84

아침에,

by 강물처럼

겨울바람에는 살이 떨리더니 봄바람은 뼈를 춥게 한다는 말을 실감합니다.

3월에는 시샘이 섞인 공기가 여기저기를 툭툭 건드리는 것이 살짝 거슬리기도 합니다.


꽃을 샘하는 것도 할 수 있다면 그러지 말라고 말리고 싶지만 저도 저 나름대로 뜻이 있을 것입니다.


매화가 향기로울 때는 바람 끝이 쫑긋하게 섰을 때였습니다.


맑은 물로 세수를 하면 차갑지만 반듯한 것이 있었던 것을 기억합니다.


옛날에 전미동 할머니 댁에는 우물이 있었습니다.


그 물은 맑고 맑고 한 번 더 맑아서 얼굴이며 하늘을 다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얼굴을 씻는 일조차 하나의 의식이 될 수 있는 차가움, 쨍한 짜릿함이 거기 있었습니다.


열기로 가는 냉기, 그때는 몰랐지만 한용운이 말하던 순연한 자기 자유로 가는 결연한 의지가 비쳐 보였습니다.


물에 손을 담그고 한 움큼 모아서 나를 깨웁니다.


물 냄새가 매화 같습니다.


매화가 바람 같습니다.




그 아침은 밥을 먹어도 조졸하고 햇살을 온몸으로 받으면서도 가난하였습니다.


그래도 맑은 것이 행복한 느낌이어서 마당 끝에 기찻길이 보이는 데에서 얼굴을 말리곤 했습니다.


할머니는 내가 흰머리가 난 것을 보면 깜짝 놀라실 것 같습니다.


학교도 들어가기 전에 7살 때 일이 생각나는 것은 아마도 3월 바람 덕인 듯싶습니다.


그러니 탓할 것이 무엇인가 싶습니다.




<혼인 잔치 손님들이 신랑과 함께 있는 동안에 슬퍼할 수야 없지 않으냐?


그러나 그들이 신랑을 빼앗길 날이 올 것이다.> 마태오 9:15




하늘이 맞닿아 있다는 말을 믿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할머니는 그런 하늘과 닮았습니다.


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내 아들의 아들이나 그 아들에게 닿아 있을 것을 믿습니다.


세수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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