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88

아침에,

by 강물처럼

무력과 난잡함 그리고 천벌.

로마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사람들이 하는 말과 영화 쿠오바디스가 전부였던 저에게 로마에 대한 인상은 저 3개였습니다.


힘이 세고 그 힘을 누리고 그러다가 화산도 터지고 전염병으로 망하는 스토리였습니다.


반도의 작은 나라 사람이어서 그런지 천성적으로 크고 거대한 것들에 대해 민감한 편이며 적대시하거나 백안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것들은 제멋대로다. 멸망은 언제 시작되는 거야?




무지했습니다.


알려고도 하지 않았습니다.


일찍이 김대중 대통령께서 에드워드 기번의 로마제국 흥망사를 감명 깊게 읽었다고 했을 때도 기껏 ´로마인가? ´ 그랬습니다.


아무래도 가톨릭 신자라는 - 열심한 신자는 비록 아니지만 - 입장에서 해석되었던 탓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가톨릭 박해와 로마는 그림이 잘 그려졌습니다. 조선의 흥선 대원군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습니다.


시험공부라면 몰라도 일부러 흥선 대원군을 찾아볼 마음도, 흥미는 더욱 없었으니까요.




기번의 그 유명한 말을 저도 따라 적는 인연, 오늘은 여기에서 출발합니다.


´로마가 왜 멸망했느냐고 묻기보다, 로마는 어떻게 해서 그처럼 오랫동안 존속할 수 있었는가를 물어야 한다. ´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습니다. 그 하나하나의 설명과 결과를 찾아가면서 보는 로마사는 저 같은 사람 하나를 가지고 놉니다. 놀래고 은근히 약을 올리고 가르치며 훈계합니다. 사람을 새로 가꿉니다. 저는 기꺼이 가꿔지고 싶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알던 ´황제´는 그야말로 황제였으니까요.


대통령도 그런 거 아닌가 싶었으니까요.




인용하겠습니다.


- 티투스 자신도 이곳으로 목욕을 하러 갔다고 한다. 황제가 온다고 해서 다른 사람의 입장을 금지하지도 않았다. 황제는 친구나 친지를 데리고 목욕탕에 다녔겠지만, 벌거벗으면 황제도 일반 시민도 노예도 마찬가지였다. 티투스가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로마식 목욕탕은 원래 남탕과 여탕은 구별되어 있지만 신분에 따른 구별은 없었다. 원로원 의원과 서민이 한데 어울려 목욕을 했다. - 시오노 나나미, 로마인 이야기 8권.




위에 언급한 ´티투스´는 황제였습니다. 서기 79년에 재위에 올라 81년, 마흔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황제였습니다. 그 이름은 몰라도 베수비오 화산으로 사라진 도시 ´폼페이´ 그러면 금방 무릎을 치실 것입니다. 그날이 79년 8월 24일이었습니다. 천재지변을 당하여 사고 처리에 여념이 없던 황제가 바로 티투스입니다. 21세기 지금 바로 이 시간에도 동해안에 발생한 화재로 군인 장병들까지 동원되어 산불을 끄고 있습니다. 국가 재난 사태는 모두에게 위기가 됩니다.




<이 세대는 악한 세대다. 이 세대가 표징을 요구하지만


요나 예언자의 표징밖에는 어떠한 표징도 받지 못할 것이다. >




로마인들이 유대 땅과 유대 민족 그리고 유대 종교를 어떻게 대했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면서 그들의 고민과 노력에 감동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힘든 상황들이 전개될 것입니다. 얼기설기 엮인 것들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그때에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경계에서 잘 살펴볼 수 있을 거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예전처럼 나쁜 xx라고 미리 정해 놓고 움직이지 않아도 되니까, 자유롭습니다.




오늘은 대통령 선거일입니다.


바람이 쐬고 싶어서 사전 투표를 했습니다. 마침 컨디션이 썩 좋은 편은 아닌데 저에게 필요한 약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하루를 내내 걸을까 합니다.


그가 누구든 황제가 되기보다 1등 국민이 되기를 바랍니다.


성실히 살아온 사람에게, 그리고 열심히 살아갈 사람에게 봄바람이 전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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