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94

아침에,

by 강물처럼

저녁을 먹고 옥상에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이른 아침 잠에서 덜 깬 눈으로 막 세수를 하러 대야에 물을 뜨다가,


아니면, 뽀글뽀글 끓고 있는 김치찌개나 구수한 된장찌개가 식탁을 점령해 나가던 순간이었을 것입니다.


머리를 말리고 있었던지, 코미디 프로그램을 보고 있던 참이었던지, 심란했던지 또는 싸우고 있었던지 그랬을 겁니다.


시험에 합격해서 달려가기만 하면 되는 순간이었을지도,


결혼을 앞뒀거나 출산을 앞둔 기막힌 날이었고, 살면서 처음으로 행복하다고 느꼈던 날이었을지도 모릅니다.


막 담배를 입에 물었거나 노을이 유난히 빨개서 오래 쳐다봤거나 미안하게도 소주를 3병째 내오던 그때였습니다.




그 모든 순간에 노래를 부르고 있었던 우리입니다.


그때 들었던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우리가 부르는 노래의 어떤 마디를 이루고 있습니다.


쉼표나 숨표, 짧거나 긴 박자로 아니면 높거나 낮은 소리로 여리게 빠르게 그렇게 이루고 있습니다.




<너희는 너희가 무엇을 청하는지 알지도 못한다. > 마태오 20:22




이런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가는지 알지도 못하는 곳에서 우리는 웃기도 합니다.


우리가 짓고 우리가 부르는 노래, 삶이라는 그 노래에 꽃이 하나씩 피었으면 합니다. 그 꽃이 대신 전할 것입니다.


미안했거나 고맙거나 사랑한다는 말, 그리고 편안해질 것입니다. 향기가 깊은 잔이 거기 있습니다.




나문희 씨의 노래를 기도로 전합니다.


삶이 예쁘다는 거, 인간적인 삶, 슬프고도 찬연한 노래로 나는 기억하고 싶습니다.




나의 옛날이야기




쓸쓸하던 그 골목을 당신은 기억하십니까


지금도 난 기억합니다


사랑한다 말 못 하고 애태우던 그날들을


당신은 알고 있었습니까


철없었던 지난날에 아름답던 그 밤들을


아직도 난 사랑합니다


철없던 사람아 그대는 나의 모든 것을


앗으려 하나 무정한 사람아


수줍어서 말 못 했나 내가 싫어 말 안 했나


지금도 난 알 수 없어요


이 노래를 듣는다면 나에게로 와주오


그대여 난 기다립니다


무정한 사람아


이 밤도 나의 모든 것을 앗으려 하나


철없던 사람아


오늘 밤도 내일 밤도 그리고 그다음 밤도 영원히 난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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