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95

아침에,

by 강물처럼

그러니까 12시 반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뱃속이 불안정해서 잠이 깨고 말았습니다. 가끔 있었던 일이라 따로 심란하지도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켜고 새벽에 쓸 복음을 찾아 적었습니다.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에 저 자신도 호기심을 갖고 한 글자씩 따라갔습니다.


마지막 글자가 봄!이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3시, 정확히 3시에 입력 키를 탁 하고 눌렀을 때 전부 사라져 버렸습니다.


´네이버 카페´ 정기 점검 시간이라는 안내 문구가 대신 나타났습니다.


그러니까 2시부터가 점검 시간이었던 것입니다.




피곤하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해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잠을 자면서도 계속 어떤 생각을 붙잡고 있었던 느낌입니다.




공교롭다는 말을 1년에 한 번 쓸까 싶은데 오늘이 그날이었습니다.


부주의한 것은 전혀 없었습니다. 다만 주목할 점이 있다면 서로 다르게 움직였습니다.


평소보다 일찍 자리에 앉았고 마침 그 시간에 시스템 점검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자기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일을 보면 우연을 떠올립니다. 아니면 필연이라고도 합니다.




자동차 접촉 사고나 사랑에 빠지는 일.


묘한 공통점이 거기에 있다는 것이 사람을 흥미롭게 바라보게 합니다.


동시에 연민 같은 것도 느껴집니다.


왜냐하면 기계적이지 않으니까요, 규칙적이지 않고 일반적이지 않으며 일괄적이지 못하는 인간이 거기 있으니까요.


불´완´전´함´




다시 자세를 잡고 처음부터 적습니다.


다른 것은 그런대로 넘어갈 만한데, 무엇이 꼭 하나 걸리는지 아실까요.




´그대로는 적지 못합니다. ´




아무리 좋았던 문장이었더라도 사라지고 나면 아쉬움만 남습니다. 정말이지, 사라지는 것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주는 듯합니다.


봄에 대해서 썼던 그 말들은 그대로 봄으로 날아갔습니다.


날아오는 새들에 대해서 썼고 솟아나는 푸른 목숨이 나무에도 땅에도 다 있더라는 소감은 그야말로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물을 묻혀 바위에 글자를 적었다던 선비들을 일부러라도 따라 배울 터에 마침 잘 됐다며 마음을 고쳐봅니다.


게으른 자가 어느 세월에 그런 공부를 다 할 수 있겠습니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이치를 봄날 아침에 새겨볼까 합니다.


공부가 잘되면 분명 눈이 맑아지고 귀가 밝아지기 마련이니까요. 꽃구경하러 나서는 날은 늘 봄인 줄 아는 까닭에 서두를 것도 없습니다. 오늘 같은 날이 생겨서 반갑다며 손짓이라도 할까 합니다.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누가 다시 살아나도 믿지 않을 것이다.> 루카 16:31




봄기운이 만연했습니다. 엊그제 내린 비로 숲이 온통 샤워를 하고 난 모습이었습니다.


봄에 태어난 것들을 위해 저도 베이비 샤워를 할까 합니다.


천지 간에 봄 아닌 것 없도록 그리고 건강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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