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로 시작하는 모든 조건문들은 끝에 마음 하나를 품고 있다. 그 마음은 간결하다. 아무리 복잡한 문장이더라도 if로 엮이면 결국 하나로 수렴하는 공식이 거기 있다. '얼마나 좋을까' 정답이나 슬로건처럼 보이는 그 말이 우리들 가슴 깊은 곳에는 항상 흐르고 있다. 네가 있다면, 너를 다시 볼 수 있다면 꽃이 필 것이다. 세상이 환할 것이다. 아무리 말을 바꿔 그 빈칸을 채워놓아도 나는 거기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세상도 꽃도 다 하나가 되어 내 소원을 듣고 있을 뿐이다. '너와 파도를 탈 수 있다면'
마음이 보이는 일은 감동이어서 사람을 열뜨게도 하지만 허술하기 짝이 없어서 열없는 표정을 짓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니까 나는 아닌데 그쪽은 너무나 나를 좋아하는 일 말이다. 거기 나오는 와사비라는 젊은 소방관 말이다. 그는 평화로운 바닷가를 닮았다. 소방관하고 바다라, 어쩌면 반대편이나 맞은편에 있어야 할 것을 옆에 나란히 두고 바라보는 작가의 과감한 터치를 구경하고 있었다. 바다는 바닷가를 포함했던 말이었던가, 아니면 포말 같은 파도까지가 그 영역이었을까. 그러고 보니 내가 여태 다녔던 바다는 모두 바다 밖에 하늘과 땅이었다. 바다에 가서도 바다가 그리웠던 까닭이 그것이었다니 작고 말랑말랑한 발견이다. 내일은 파도를 타보리라.
와사비는 바닷가, 이름이 어려웠던 미나토 히나게시는 바다, 그리고 우리의 여자 주인공 히나코 무카이미즈는 파도. 그 모습 그대로 풍경이 되는 나무 의자, 그네나 노을을 떠올리면 어떨까. 혼자서도 충분하고 둘이나 셋이 되고서도 하나로 보이는 착시. 그래, 우리는 조금 정신줄을 놓고 살아보는 것이 영 나쁘다거나 슬프다고 말하지 말자. 사실은 프리즘 같은 날을 매일 지나서 여기에 오지 않던가. 내가 아는 너와 네가 아는 나를 네가 알던 내가 그리고 내가 알던 네가 사랑하는 일이 흔한 일은 아닐 테니까. 그것은 파도를 헤치며 파도 위를 솟구치는 일이어서 용기가 얼마나 필요했던가. 용기 위에 얹힌 인연이라는 히어로, 히나코와 미나토는 어렸을 적에 바다에서 인연을 맺었었다.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기적 같은 에피소드가 거품을 내며 신선한 커피향으로 전해지는 스토리다. 둘이 마시는 커피는 맛이 어땠을까.
그렇다고 흔한 삼각 관계 같은 것은 아니다. 말했듯이 와사비는 배경이다. 미나토와 히나코의 증인이 되어 준다. 그리고 미나토는 배경이다. 히나코에게 그는 꽃양귀비가 된다. 히나게시 雛罌粟가 바로 그다. 덧없다는 말보다는 약한거라서 그래서 잊지 못하고 소원처럼 간직한 그의 사랑이 누군가를 가슴 적실 것이다. 히나코가 부르는 노래에 언제나 먼저 와서 기다릴 것이다. 둘이서 불렀던 노래가 서로의 배경이 되고 있다. 히나코는 배경이다. 그녀는 미타토의 여동생에게도 그리고 나 같은 사람에게도 파도를 가르친다. 더 더 빨리, 지금, 지금이야! 저 파도를 올라 타라고!
'얼마나 좋을까'
무카이미즈, 히나코 무카이미즈 ひなこ向水, 나는 무엇을 향해 달려갈까.
히나게시 雛罌粟라는 꽃은 물- 파도- 바다와 같은 히나코를 태우고 넘실거리는 꿈을 꾸는구나. 둘이는 얼마나 좋으냐.
신세계 -두 사람의 노래, Brand new story -를 노래하는 너희는 오랫동안 슬프기도 할 것이다. 봄날처럼, 눈이 내리고 난 다음날의 바다처럼 쓸쓸할 것이다. 그러고서도 날마다 히나게시는 향한다. 부르면 오고 부르기 전에 출발한다. 무카이미즈는 향한다. 파도가 바다의 일인 것처럼 그녀도 살아갈 것이다. 아침이면 떠오르고 저녁이면 가라앉을 것이다. 그러면서 파도를 다 어루만지고 긴 연애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예기치 않은 나 같은 방문객을 존중할 것이다. 그 초대에 등불을 밝히고서 찾아가 듣는 노래, 거기 앉아 음미하고 싶다. 우리들이었던 젊은 날, 손 잡고 싶었던 그때를, 천천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