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03

아침에,

by 강물처럼

밖에 바람이 셉니다.

간밤에 안녕하셨는지요.




봄이면 관심 있게 지켜보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운명 같아서 숙연할 때가 있습니다.


나무에 꽃이 피고 비바람이 부는 날.


꽃이 피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었습니다. 아니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불어오는데 꽃이 폈는지도 모릅니다.


아쉬운 마음으로 하루를 다 보내는 날이 바로 그 무렵입니다.


다만 무작정 아쉬운 것은 아닙니다.


어린 단종 임금같이 다 피지 못한 꽃들을 볼 때, 그 꽃들이 떨어져서 흩날리는 모습은 미상불 처연한 데가 있습니다.


언제고 비가 올 것을 알기에, 그래서 더 어쩔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행복이 일에 있지 않고 마음, 어떤 마음으로 그 일을 바라보느냐며 차분하게 들려줍니다.


고마운 말입니다. 그런데 데워지지 않는 구석이 있습니다.


아직 그 마음이란 것도 다 자라지 못한 마음들은요, 전쟁이라는 말도 모르고 포탄에 폭격에 무참히 죽어간 아이들은요.




내가 어떻게 하느님의 뜻을 알아볼 수 있겠습니까.


저는 모릅니다.


저는 모릅니다.


그런데 그렇더라도 기도는 해야겠고 기도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하늘이 정한 뜻을 알지 못해서 슬프면 울고 괴로우면 정처 없이 헤맵니다.


세상에 난 것은 늙고 병들고 죽기로 되어 있습니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우리가 마주치는 것들을 선택이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선택, 그 말의 견고한 차가움에서 바리사이의 당당함과 완고함을 느낍니다. 저는 선택받은 사람입니까, 그렇지 못한 사람입니까.




저는 모릅니다.


그래서 부끄럽고 못났고 주저하며 겨우 하루를 살아갑니다.


종교는 설명할 수 있습니까.


삶과 죽음을 꽃들에게 그리고 어제 죽은 아이들에게 자상하게 들려줄 수 있습니까. 그저 자세하게라도요.




<그러나 세리는 멀찍이 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을 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가슴을 치며 말하였다. >




그런 사람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중국에서 사형 집행을 받는데 구경 온 사람들을 향해서 손을 흔들더랍니다.


마지막까지 자기를 못 보고 밖을 의식하느라 애쓰는 사람입니다.


누구 때문에 내가 사는 것은 아닐 겁니다.


누구 덕분에 내가 사는 것이 맞다고 한다면 늘 해오던 이 방식은 아닐 것입니다.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겠습니까.


무엇을 위하여 살겠습니까.




그때 그대는 바람이 불지 않았습니다. 바람 없는 하늘에 벌과 나비를 부르는 손짓이 가득했습니다.


꽃이 피고 예뻤던 것을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나는 봤습니다. 투정하는 당신이 ´봄´으로 보였습니다.


슬픈지 모르고 슬펐고 기쁜 것도 없이 기뻤습니다.


봄은 그런 거 아닌가 싶어서 매일 웃다가 울면서 날을 보냈습니다.


당신은 만발했습니다. 나는 꽃구경만 했습니다.


봄이 내내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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