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18

아침에,

by 강물처럼

그런 거 좋습니다.

등대에서 발하는 빛이 바다에 떠있는 배를 위하고 하늘을 나는 것들에게도 의지가 되는 모습. 가는 길에 건네주고 오라는 심부름 같은 일들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저절로 행하여지는 그런 일, 빨랫줄에 늘어선 옷을 말리고 겨울을 보낸 개미집 앞에도 부스러기가 떨어집니다. 볕이 산산이 부서지면서 세상을 다 빛내는 일, 엄마한테 안긴 갓난아기 머리 위에서 태양이 보낸 메시지를 읽습니다. 온화한 문장들이 그 손길에서 뿜어져 나옵니다. 하늘을 밝히는 일이 해가 하는 일인데 그 보시를 내가 얻어먹고 있습니다. 장수가 밝으니 조무래기들도 선합니다. 봄볕은 다사롭습니다.




그런 거 좋습니다.


19년, 이럴 때 보통 ´벌써´라는 말로 앞을 장식합니다. 2019년 4월 13일에 빛이 되신 분이 계십니다.


생전에 뵙고 인사드린 적 없으며 그 이름을 다 불러본 일도 없고 세례명이 무엇인지도 몰랐습니다.


누구?


하지만 다 아는 분입니다.


디디에 엇세르스테번스 Didier t´Serstevens - 벨기에 출신의 전주교구 소속 신부님, 세례명은 디디에.


빛이 나를 떠올리며 여기까지 비추는 것은 아니었을 겁니다. 하지만 부인할 수 없는 것이 나에게 빛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맙다고 전하는 일이 제 딴에는 중요하게 생각됩니다.


제 말이 좀 낯설 수도 있습니다.


무리해서 나설 것까지도 없습니다. 근방에서도 얼마든지 봄 소풍은 즐길 수 있습니다.


남도에 장흥쯤, 거기 천관산 어디 골짜기에 피어있는 동백이 나를 위해 있더라는 그런 느낌의 말입니다.


먹어 봐야 맛을 안다는 말을 한 꺼풀 벗어던진 말입니다.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알지 못하지만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도 영영 모르지만 바람을 온전히 느끼는 순간이 있습니다.


고마울 때가 있습니다.


그런 것처럼 나와 상관없는 세상이 나와 함께 열심히 더구나 보기 좋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지정환 신부님의 평안한 안식을 또한 빌면서, 고마웠던 일들이 많았다고 함께 하늘로 띄웁니다.




신부님 본명 디디에, 그 ´디´에서 우리말, 땅 ´지 地´를 그리고 정의의 정 正, 그 정의가 밝게 빛난다는 뜻에서 환 煥이라는 이름을 선물 받았다고 합니다. 1967년 대한민국은 가난했고 전라북도 임실은 더욱 가난했을 것입니다. 나랏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는 가난을 신부님은 똑바로 응시하셨습니다. 부모에게서 받은 2천 달러로 치즈 공장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만드셨던 것입니다. 그다음은 모두 잘 아시는 대로입니다.




아침 묵상을 하면서 고마운 것 중에 하나가 돌아가신 분들을 기억하는 일입니다. 내가 알던 분들에게 추억 같은 인사를,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분들에게는 그 빛이 여기 남았다는 감사를 전합니다. 그 덕에 잘 돌아가고 있다는 신호를 보냅니다.




조쉬 그로반의 멋진 노래를 이 순간 빠뜨릴 수가 없습니다.


Gira con me - 나와 함께 도네




ll mondo gira con me questa notte


Piccoli passi che faccio con te


Seguo il tuo cuore e seguo la luna


Cosi nascosta lontana da me




오늘 밤 세상이 나와 함께 도네


너와 함께 내딛는 작은 발자국


너의 마음을, 달을 따라가네


나에게서 이토록 멀리 숨겨진




<"주님, 저는 아니겠지요?">




나의 일, 내가 할 일을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묻습니다.


멀리 있는 그리고 먼저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일, 그것은 손을 잡는 일처럼 정겨운 모습입니다.


땅 위에 있는 것들은 땅 밑에 있는 것들의 힘으로 자라납니다.


하늘 아래 있는 것들은 하늘에 있는 것들의 힘으로 밝아집니다.


그래서 이 땅에 평화가, 그것이 우리의 일입니다.




주님, 바로 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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