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24

아침에,

by 강물처럼

´잎의 시간´

꽃이 지면 잎이 납니다.


세상이 연두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꽃과 잎은 서로 다르지만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나무를 위해서 열매를 위해서 씨앗을 위해서 자기 이름을 갖습니다.


그러고도 스스로 빛이 됩니다. 꽃과 잎의 색은 빛으로 가득합니다. 그 빛은 사람의 눈만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뛰놀게 합니다. 연한 것들이 초록으로 순간순간 짙어지고 있습니다. 세상을 빛내는 일은 바로 저와 같습니다. 자기 자신이 근사해지는 것, 꽃이었다가 잎이었다가 분홍이었다가 노랑이었으며 진홍빛이었던 그 다감한 시간들. 빛은 스며듭니다.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내게 스며든 빛으로 찾아갑니다. 내가 닿는 곳이 빛의 스펙트럼, 빛이 찾아내는 색 色. 그곳을 바라봅니다. 거기에 서서 올려다봅니다. 하늘에는 태양이, 땅에는 바람이, 사람들의 바람이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내 하느님이시며 너희의 하느님이신 분께 올라간다.> 요한 20:17




찾아야 합니다. 그 모습을 봐야 합니다. 기도가 신실하신 분은 알려주십시오.


저에게도 일러주시고 사람들에게 가르쳐주십시오. 어디에 가면 어떻게 하면 보고 듣고 느낄 수 있습니까.


세상을 더 많이 살아온 지혜를, 그것을 건네야 하는데 할 말이 없습니다.


내 아이가 나에게 물어올 것이 미안합니다.


보여줄 꽃이 없고 잎이 되지 못해서 미안합니다.


공부하라고만 했지 정작 아이가 물어오면 답해줄 것이 없습니다.


나처럼 살라는 것인지, 살지 말라는 것인지 스승이 없는 그들은 안타깝습니다.




삶이 늘 시적이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운율은 있다. 생각의 궤적을 따라 일정한 간격을 두고 반복되는 주기성이 마음의 경험을 지배한다. 거리는 가늠되지 않고, 간격은 측량되지 않으며, 속도는 확실치 않고, 횟수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도 되풀이되는 것은 분명하다. 지난주나 지난해 마음이 겪었던 것을 지금은 겪지 않으나 다음 주나 다음 해에 다시 겪을 것이다. 행복은 사건에 달려 있지 않고 마음의 밀물과 썰물에 달려 있다. 중략 - 사람은 삶의 주기성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거나 늦게, 너무 늦게 깨닫는다. 왜냐하면 경험이 쌓여야 알 수 있는 문제이며 누적된 증거가 없는 탓이다. 삶의 후반기에 이르러서야 주기성의 법칙을 확실히 깨닫게 되고 어떤 것이 지속되리라는 희망이나 두려움이 없어진다. 사람의 일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다는 셰익스피어의 구절에 더 미묘한 뜻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면 마음에 평화가 있으리라 - 앨리스 메이넬, 삶의 리듬 가운데




잎의 시간을 흠뻑 맞이합니다.


그것이 결국 뿌리의 시간이 되며 나무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주기적이고 변화무쌍한 사건들이 켜켜이 쌓입니다.


한 번 지나간 것들이 다시 찾아와 앉았다 갈 것입니다. 그 시간은 짧기도 하고 길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처음과 다를 것입니다.


내 생각이 달라졌으니까요.


마음이 그러니까요.






생각이 달라졌다 / 천양희




웃음과 울음이 같은 음 音이란 걸 어둠과 빛이


다른 색 色이 아니란 걸 알고 난 뒤


내 음색 音色이 달라졌다




빛이란 이따금


어둠을 지불해야 쐴 수 있다는 생각


웃음의 절정이 울음이란 걸 어둠의 맨 끝이


빛이란 걸 알고 난 뒤 내 독창이 달라졌다




웃음이란 이따금 울음을 지불해야 터질 수 있다는 생각


어둠 속에서도 빛나는 별처럼 나는 골똘해졌네




어둠이 얼마나 첩첩인지 빛이 얼마나


겹겹인지 웃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울음이


얼마나 겹겹인지 모든 그림자인지




나는 그림자를 좋아한 탓에


이 세상도 덩달아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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