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32

아침에,

by 강물처럼

사람은 저마다 자기 일이 있습니다. 할 일이 있습니다.

그것은 직업일 수도 있으며 숨쉬기를 포함한 다른 모든 활동일 수도 있습니다. 움직임은 곧 일이 됩니다. 무슨 일을 하십니까.


일이 나를 대변합니다.




분류학적 관점에서 바라볼 때 ´공무원´은 어느 정도의 위치에 있는지요.


판사나 검사보다는 아래에 있지만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여타의 사무직보다는 확실히 낫습니까.


학교도 아니고 아이들 서너 명 모아 놓고 문제집을 풀리는 저를 어디에 소속시키면 좋을지 입장이 난처합니다. 어디든 끼고 싶지만 물을 흐릴까 봐 주저합니다. 거기 누구 없습니까.




¶그 열쇠를 돌리기 위해 당신이 해야 하는 유일한 일은.... 단어들을 늘 신중하게 다루는 것이다. 물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무엇을 잘못 알고 있을까? 과학자의 딸인 나로서는 깨닫기까지 오래 걸리긴 했지만, 내가 물고기를 포기할 때 나는 과학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깨닫는다. 과학은 늘 내가 생각해왔던 것처럼 진실을 비춰주는 횃불이 아니라, 도중에 파괴도 많이 일으킬 수 있는 무딘 도구라는 것을 깨닫는다. - 267p.




이 책은 좀 헷갈립니다. 흔드는 것들은 그런 속성이 있습니다. 아마 제목부터 그럴 것입니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제 아침에 구워 먹었던 생선이 존재하지 않으면 내가 도대체 무엇을 먹었단 말인가. 도톰하게 썰어서 내왔던 그 고소한 연어의 속살은 뭐란 말인가. 군산 앞바다에 황황한 집어등들은 왜 그렇게 눈부시게 밝고 환한가. 물고기가 없다니!




그 책 267 페이지는 단순히 책을 다 쓰고 적은 에필로그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 부분을 계속 인용하겠습니다.




¶그 "질서"라는 단어도 생각해 보자. 그것은 오르디넴 ordinem이라는 라틴어에서 왔는데, 이 단어는 베틀에 단정하게 줄지어 선 실의 가닥들을 묘사하는 말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단어는 사람들이 왕이나 장군 혹은 대통령의 지배 아래 얌전히 앉아 있는 모습을 묘사하는 은유로 확장되었다. 1700년대에 와서야 이 단어가 자연에 적용되었는데, 그것은 자연에 질서 정연한 계급구조가 존재한다는 추정 - 인간이 지어낸 것, 겹쳐놓기, 추측 -에 따른 것이었다.




질서 아닌 것이 있을까 싶습니다.


내가 지키는 것은 자연 自然이 아니라 질서가 됐습니다. 질서는 질서가 맞습니까. 그것은 방해되지 않고 훼손하지 않고 정연한 것입니까. 질서의 반대가 혼돈이었다는 것은 누구의 말입니까. 무엇이 더 어지러운 일이 되었는지 조금 복잡해졌습니다. 우리는 질서를 만들고 지키고 세워 갑니다. 날마다 새로운 질서가 생겨납니다. 그러면서 질서 위에 잠자는 자는 보호하지 않습니다. 거기에서 잠들면 안 됩니다. 내가 있는 이곳은 거기입니다.




¶나는 이 질서를 무너뜨리는 것, 계속 그것을 잡아당겨 그 질서의 짜임을 풀어내고, 그 밑에 갇혀 있는 생물들을 해방시키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믿게 되었다. 우리가 쓰는 척도들을 불신하는 것이 우리가 인생을 걸고 해야 할 일이라고. 특히 도덕적, 정신적 상태에 관한 척도들을 의심해 봐야 한다. 모든 자 ruler 뒤에는 지배자 Ruler가 있음을 기억하고, 하나의 범주란 잘 봐주면 하나의 대용물이고 최악일 때는 족쇄임을 기억해야 한다.




언젠가부터 ´대용물´ 같은 말들이 버석거리고 깔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것은 결코 풍경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용, 대상이란 말이 품고 있는 부사가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지독할 수도 있고 지루할 수도 있습니다. ´한낱´


*누군가 나를 대상화시킵니다.


내가 한낱 수단으로 취급되는 시작점입니다.




믿음은 의심을 한낱 수단으로 취급하지 않기를, 믿음에 날개가 되어 날아라, 내 사랑스러운 의심들이여.




<하느님께서 보내신 분께서는 하느님의 말씀을 하신다. 하느님께서 한량없이 성령을 주시기 때문이다.> 요한 3:34




더 긴 문장으로 마무리 짓습니다. 여기를 밑줄 치면서 가슴도 함께 쳤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고, 나는 어떤 사람인지 처음으로 다시 알고 싶어 졌습니다. 누군가 나와 같다면 오늘 장사는 보람 있었습니다. 밑지고 파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래도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메밀꽃 피는 봉평 장터에 장돌뱅이가 나였던가 싶습니다.




¶동물은 인간이 스스로 우월하다고 가정하는 거의 모든 기준에서 인간보다 더 우수할 수 있다. 까마귀는 우리보다 기억력이 좋고, 침팬지는 우리보다 패턴 인식 능력이 뛰어나며, 개미는 부상당한 동료를 구출하고, 주혈흡충은 우리보다 일부일처제 비율이 더 높다. 지구에 사는 모든 생물을 실제로 검토해 볼 때, 인간을 꼭대기에 두는 단 하나의 계층구조를 그려내기 위해서는 상당히 무리해서 곡예를 해야 한다. 우리는 가장 큰 뇌를 갖고 있지도 않고 기억력이 가장 좋은 것도 아니다. 우리는 가장 빠르지도, 가장 힘이 세지도, 번식력이 가장 좋지도 않다. 같은 배우자와 평생을 함께하고, 도구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은 인간만이 아니다. 심지어 우리는 지구에 가장 새롭게 나타난 생물도 아니다. 이것이 바로 다윈이 독자들에게 알려주려고 그토록 노력했던 점이다. 사다리는 없다. 나투라 논 파싯 살톰 Natura non facit saltum "자연은 비약하지 않는다"고 다윈은 과학자의 입으로 외쳤다. 우리가 보는 사다리의 층들은 우리 상상의 산물이며, 진리보다는 "편리함"을 위한 것이다.





질서 있는 오늘보다 자연스러운 오늘이기를 바랍니다.






아멘




*인간은 왜 잔인해지는가, 존 M 렉터, 3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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