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것을 보면 사람의 삶이 보이는 듯합니다. 사는 것이 여행 같다고 하는데 그 반대도 잘 들어맞습니다. 여행 잘 다니시는지요.
지금은 많이 연로하셔서 먼길을 동행하기 어렵지만 예전에는 장모님을 모시고 곧잘 나들이를 다녔습니다. 지적 호기심이 왕성하신 분이라서 걸음부터 다르셨습니다. 부지런히 걸어서 하나라도 더 그 안에 담으려 하셨습니다. 세월이 야속하다는 것이 그런 것 같습니다. 보러 가는 길에 설레고 보고 오는 길에 이름 하나씩 더 외셨는데 지금은 다 잊으셨습니다. 그랬던가 하십니다. 하나 재미있는 것은 "그때 팔딱거리던 광어는 지금도 생각나."
무안 어디쯤이었을 것입니다. 작은 어촌 마을에 우연히 들러 마침 갓 잡은 듯한 광어로 해먹었던 저녁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동감´
저도 그 말씀 그대로, 더 이상 광어는 없다는 쪽입니다.
수많은 길, 밥, 이야기가 다 잊혀도 넉넉하게 그거 하나 맛있었다고 기억해 주시니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여행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니도 건강을 잃고 다른 세상을 살고 있습니다.
두 분이서 나란히 앉아 웃고 떠들고 노래하던 시절이 자꾸 옛날이 되어 가고 있습니다.
역사책에서나 배우는 ´시모노세키´를 하루 내내 걸었던 날을 저한테 선물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선물인지 몰랐는데 오늘 아침에는 큰 선물이었다는 생각에 뭉클합니다.
86,400초.
매일 우리는 86,400초를 새로 받습니다.
고등학교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우리는 모두 하루에 한정된 시간을 가진다. We all have a limited amount of time in a day.
우리는 어제로부터 단 일초도 되돌릴 수 없다. We cannot repeat a single second from yesterday.
또한, 우리는 내일의 시간을 미리 쓸 수도 없다. Also, we cannot use tomorrow ´ s time in advance.
하루가 끝날 때, 우리가 이미 한 일들과 하지 않은 일들은 돌이킬 수 없다. At the end of the day, the things we did or didn ´ t do cannot be changed.
그러므로 우리는 우리가 하루에 가지는 시간 안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Therefore, we need to do our best with the time we have each day.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Time does not wait for us.
만약 오늘이 없다면, 내일도 없다. If there is no today, there is no tomorrow.
우리는 오늘 하루에 감사해야 한다. We need to be thankful for today.
그것이 ´현재 present ´가 ´선물 present ´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That is why we call the present the "present."
내가 하는 여행은 특별할 것 없는 특별함이 있었으면 합니다.
덜컹거리면서 가고 덜렁거리면서 가더라도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습니다.
5월 5일부터 움직일 계획으로 일정을 짜 봤다. 연풍이란 데를 가볼 생각이다. 이름에 끌렸고 연풍에 살던 목성균 선생에게 끌렸다. 세상에 태어나 처음 가보는 곳이 그리운 것은 어떤 연유였는지 거기 가서 살펴볼까 한다. 이번에는 산이, 강이를 데리고 휴전선도 보여줄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는 이른 감이 있고 나한테는 늦은 감이 있는 나들이가 될 것 같다. 설악산에도 잠시 들를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차가운 산 공기가 코밑에서 흔들거린다. - 오늘 쓰는 어제 일기 중에서.
어제 금요일 미사를 마치고 수녀님께 말씀드렸습니다.
다음 주에는 미사에 참석하지 못하지만 대신 걸으면서 기도하겠습니다.
내 여행이 기도가 되어도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일석이조입니다.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다, 두려워하지 마라."> 요한 6:20
전쟁 대신에 여행을 하면 두려워할 일도 없을 것입니다.
기도하면서 여행하면 전쟁은 다 사라질 것입니다.
소풍 가는 날을 기다리는 저는 벌써 기분이 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