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47

아침에,

by 강물처럼

여고생입니다.

긴 머리를 하고 다소곳합니다. 그런데 표정이 밝지 않습니다.


그 아이를 처음 본 것이 고등학교에 막 올라갈 때였으니까 3개월 되어갑니다.


물론 잘 웃지 않는 성격을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서른 살이 기준이 됩니다. 그때를 전후로 웃음이 저에게서 사라졌습니다.


웃음, 생각할수록 기막힌 작용이며 현상입니다.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의 해박함에 시종 휘둘리다가도 감탄해 마지않는 웃음에 관한 창조적 이야기, 장미의 이름.


아, 5월이 다 지나기 전에 그 책을 일러줘야겠습니다.


여고생에게 권하고 저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 졌습니다.




¶여기!


우리가 뭔가 하나 놓치고 있는 거 같은데 공부하기 전에 좀 웃었으면 좋겠다.


우리 너무 심각한 거 같아.


봐봐, 너희는 ´지금´이 얼마나 신기하냐?


지금은 정말 신기해. 그것은 영원히 있으면서 동시에 없어. 왔는데 사라져, 아주 순간이야.


그리고 또 하나 보자, ´여기´


여기 우리가 같이 앉아 있는데 이거 정말 평범하면서 또 얼마나 특별한지 과연 그것을 느낄 수 있을까.


그냥 모현동만 봐도, 우리가 여기에서 만났잖아, 다른 데도 많은데 하필 여기, 딱 한 지점에서.


조금만 넓혀 보자고, 우리의 특별함을 위해, 오케이?


익산으로 넓어지고 전라도로 넓어져 봐야 좀 실감하지. 어때, 남다른 느낌이 들지?


지금, 여기, 이 두 가지로 벌써 꽉 찬다니까. 완전 스페셜이지.


거기에 유니크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초 울트라 파워 슈퍼 스페셜이지.


그게 뭘까.


이거 알면 머리 좋은 건데?


그리고 웃지 않을 수 없을 건데...




고등학생 몇 명이 눈이 동그래졌습니다.


저는 저 나이에 웃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습니다. 사정이야 어떻든 웃어도 됐을 건데, 아무 일 없었을 텐데... 싶습니다.


그래서 말해줬습니다.




바로 ´나´야.


나는 얼마나 독특하고 유일하고 색다른 존재냐.


이거야말로 삼위일체다. 그렇지 않니?


지금, 여기, 내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벌써 기적이잖아.


그래, 안 그래?


또 버릇이 동합니다. 확인하고 싶어 합니다. 가만 놔둬야 더 효과적인데 말입니다.


가장 침묵하던 여학생이 끄덕였습니다.


저도 수업은 해야 하니까, 한 마디만 덧붙였습니다.


´그러니까 웃어야 해. ´




<누구든지 나를 사랑하면 내 말을 지킬 것이다. > 요한 14:23




예수님은 우리와 같은 모습의 사람입니다. 하지만 예수님 모습은 말씀에 있습니다.


그 말씀을 볼 수 없을 때 우리는 답답해하고 이치를 따집니다.


어떻게 한 마리 양을 찾으러 아흔아홉 마리를 내버려 두냐며, 너 같으면 그러겠냐고 덤벼듭니다.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 도대체 왜 행복하냐, 하늘나라가 왜 그 사람들의 것이냐고 가슴을 칩니다.


여태 마음만은 부자라고 자부하고 살았는데 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 말씀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에서 솟는지 살피는 일이 꽤 의미 있습니다.


우선 다른 어떤 것보다 기적을 체험하는 일로 그 첫 페이지를 열어 보시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마침 월요일이니까 더 좋습니다.




지금, 여기, 그대!


그대로 삼위일체, 완벽한 기적입니다.

작가의 이전글기도 3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