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밑이 희어지고 눈은 흐려졌습니다. 작은 글씨는 아예 포기를 했고 두세 번 깜박여야 책 제목을 알아봅니다.
그 말이 궁금했었는데 깨닫고 있습니다.
´나이가 먹어도 마음은 청춘이라는 말. ´
철부지처럼 혼자서 묻고 혼자서 답하면서 씁쓸한 맛을 달래는 밤이 있습니다.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날에는 생각이 멀리 다녀옵니다. 가끔은 아이들의 무표정한 표정 속에서 길을 잃다가 훌쩍 옛날로 넘어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때마다 물음을 하나 던집니다. 울음 같은 물음을 어디에 던져 놓을지 아직도 갈피를 잡지 못하는 것이. 마음은 나이를 먹지 않습니다. 먹어도 헛먹습니다.
´잘 됐다면 뭐 하고 있을까. ´
문득 찾아드는 물음이 이 모양인 걸 보면 아무래도 저는 잘 안된 듯싶습니다. 그거 엉터리입니다. 자기 연민이고 자기기만입니다. 고해소 안에서도 체면을 차리느라 죄를 포장하는 수사修辭 같은 말입니다.
최민식이 나오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를 봤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클리셰였지만 뜨끔하니 가슴을 치고 마음을 꼬집는 말에 시선이 고정됐습니다.
중요한 것은 역시 잘 보이는 법입니다.
´틀린 질문에는 옳은 답을 찾을 수 없다. ´
문제를 풀기 전에 문제를 대하는 자세를 가르쳐주는 모습이 수학자 이전에 진리를 전하는 구루와 같았습니다. 평생 틀린 질문을 하고 살고 있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잘 됐다면´ 도대체 그 말의 정체가 무엇입니까.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 잘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좋아하는 것을 잘하면 돈은 저절로 벌 수 있는 거라고 믿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순서로 이야기하면 어설픈 설교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자세´ 같은 것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어떡하든 돈을 벌면 됩니다. 돈 벌고 나서 하고 싶은 거, 되고 싶은 거 ´사면´ 됩니다. 옳은 답이 중요하지 않은 구조입니다. 하지만 위험해질 것입니다. 현수교를 만들어 내는 답이 옳더라도 다 장담할 수 없는 것이 사람 사는 일입니다.
이런 자세, ´선생이 제자를 도둑으로 모는 이곳이, 학교가 맞습니까? ´
이런 자세, ´수학은 단순하다. 수학이 단순하다는 말을 못 믿니? 인생이 얼마나 복잡한지 알게 된다면. ´
질문은 생각해 본 적 없이 내가 수없이 뱉었던 말, ´잘 됐다면´
오답도 되지 못하는 그 말을 도로 주워 담아야겠습니다. 그리고 자세를 바꿔야겠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 말을 한 이유는 너희가 떨어져 나가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요한 16:1
변변한 공식도 없이 삶을 풀어가는 사람들을 응원합니다. 이해되지 않는 문제들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에게 그 말 해주고 싶습니다.
´좋은 문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