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52

아침에

by 강물처럼

¶그래.... 시골에 사는 우리 어머니는 아흔 가까운 나이인데도 해마다 봄이 오면 머위와 산초 잎을 따다 데쳐. 그리고 매해 그 익숙한 맛을 느낄 때마다, 아, 어쩌면 이 생선 조림도 올봄으로 마지막인지도 모르지. 하면서 서로를 힐끔 쳐다봐. 하지만 그건 노파심이잖아. 머위와 산초 잎을 하나 가득 따면, 힘들어도 아무튼 데치는 것이 그날의 어머니야. 앞뒤 생각하지 않지. 지금 알맞게 데쳐지면 내년 일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평범함의 좋은 점이고. 나 역시 슬퍼하기보다 역시 어머니의 생선 조림은 맛있군. 최고야. 올해도 먹게 돼서 다행이야. 밥맛이 절로 나는군. 하면서 다른 일들은 전부 내던져 버려. 그런 행복을 요시에 너도 좀 더 탐욕스럽게 만끽해도 되지 않을까.

맛은 어느 영역에 있는 누구의 군사인지요.


그것을 이길 자신이 없습니다. 어머니는 성 城입니다. 사람을 지키는 성입니다. 창이나 칼, 총이나 대포가 하얗게 빛을 내던 성들은 다 사라졌어도 어머니의 성은 여전히 견고합니다. 미뢰를 건드리고 목구멍으로 넘어가다가 불현듯 생각난 것처럼 머리로 향하는 생선 조림은 어머니를 찾습니다. 내 성의 성주 城主, 젖을 물려서 울음을 다스렸던 전설을 더듬습니다. 어디에 있습니까. 눈을 떠도 눈을 감아도 맛이 있습니다. 내 혀가 힘껏 보듬는 맛이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은 쓸쓸합니다. 모든 것이 ´옛날´이 되어버렸습니다. 맛만 동그마니 남고 말았습니다.




이름까지도 소설가다운 요시모토 바나나의 『안녕시모키타자와』를 인용하고 있습니다. ´ ¶ ´ 이 표시는 여기가 거기라는 뜻입니다. 지금 살짝 소설 같지 않냐는 의미입니다. 혹은 이 길로 한 번 가보실래요, 그러는 안내일 수도 있습니다. 나니아 연대기에 나오는 ´옷장´ 같은 곳이 되어도 좋겠습니다.




¶미치요 씨는 말했다.


"이 카운터도, 조그만 창문도 엄청 좋아했는데. 낡은 화장실도. 앞으로 한동안이지만. 소중하게 여기자. 우리. 이 건물이 흡족하게 세상을 떠날 수 있도록. 나도 물론 슬프지만. 이 건물과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해. 이 건물의 오랜 역사에서 그 마지막 시간을 내게 할애해 준 것 같아서."


그녀는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말했을 뿐인데, 아주 신선하게 느껴졌다.


요즘은 이런 말을 이렇게 진지하게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장소에 대한 각오를 지니고 있는 사람들의 애정에 찬 평범한 말. 이 세상에서 점점 줄어드는 그런 말을. 간혹 접하면 무척 안심이 된다.




토요일 아침은 나처럼 느긋할 것이라고 마음대로 정해 버립니다. 그리고 거기 있을 사람들에게 씁니다. 카네이션 같은 것을 적었다가 새로 알게 된 아미초를 적어 보기도 합니다. 하얀 날개가 달린 꽃을 어떻게 전달할까 궁리하는 것으로 아침이 부풀어 오릅니다. 그러니 더 자고 일어나도 괜찮습니다. 아직 맛을 내는 법을 알지 못해서 시간이 천천히 흘렀으면 싶으니까요. 샐러드는 어떨까, 자꾸 아이디어처럼 샐러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소설에 나왔던 것처럼 ´살아 있다는´ 감각이 깜짝하고 서둘러 돌아오는 맛을 내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떠나버린 사람, 해체된 건물, 잃어버린 시간.


오늘 아침에는 샐러드 한 접시에 올려놓고 깡충깡충 건너갈까 아니면 퐁당퐁당 돌을 던져볼까.


그러면서 멀리 나갔다 와야겠습니다.


지브롤터 해협이나 도버 해협, 아니면 아프리카의 희망봉, 갈라파고스 군도에라도 가서 ´나 여기 왔다´라고 써볼까 합니다.


그 선생님도 함께 모시고 싶은데 귀찮아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12시까지는 돌아와야 하는데 너무 빠르다고 멀미 난다고 그러실 것 같습니다.




¶모레 월요일은 안동에 갑니다. 선생님이 부쳐 주신 것으로 약도 구입해야 되겠습니다. 제가 가장 곤고할 때, 선생님은 찾아와 주셨습니다. 결코 죽는 날까지 갚아 드릴 수 없을 것입니다만 잊지는 않겠습니다.


1974년 2월 15일 권정생 드림




강아지똥을 거기 어디쯤에 앉아서 펼쳐 놓고 동네 아이들에게 읽어주는 상상은 현실일까요, 동화일까요.


이런저런 생각에 사람이 몽롱해졌습니다.




예수님 말씀을 적고 정신 차려야겠습니다.




<사람들이 나를 박해하였으면 너희도 박해할 것이고, 내 말을 지켰으면 너희 말도 지킬 것이다. > 요한 15:20

작가의 이전글기도 3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