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55

아침에,

by 강물처럼

철쭉이 한창 붉게 무리를 이루는 속에서 배꼽 인사하는 양, 공손한 구상나무도 하나씩 눈에 들어옵니다. 세석평전 앞에서 돌이어도 좋을 거 같다며 인사하면 돌이어서 좋다는 메아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천왕봉을 바라보며 저기를 언제 오르느냐 싶으면서도 오길 잘했다 싶은 것이 영 모를 사람 마음입니다.

하늘이 바다와 몸을 이루다가 마치 그 사이에 아침 해가 둥실 떠오르는 모습입니다. 붉은 것이 산혈 産血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환호성 같고 또 대거리해대는 것도 같습니다. 평온을 깨뜨리는 소동이냐, 환희로 빠져드는 화이트홀이냐, 설악산 대청봉에는 바람이 늘 거셉니다. 세찬 바람에 저 황홀한 연극의 북소리를 듣습니다. 동해가 번쩍 눈에 비칩니다. 뭐라도 될 거 같은 여기는 소리의 발원지입니다. 두근거리는 심장인 줄만 알고 살았는데 심장의 본성은 쿵쾅거렸습니다. 하늘도 바람도 사람들도 소리가 납니다. 살아 숨 쉬는 소리들이 곳곳에서 터지고 있습니다. 팡팡.




어느 길로 북한산을 다 돌아보셨습니까. 어디를 가든 백운대를 꼭 보고 싶다면 어린아이를 닮았습니다. 예수님도 좋아하시고 부처님도 좋아하시는 동자 童子를 지니셨습니다. 거기 어느 길을 따라가시다가 마주치게 될 것입니다.




어제 말씀드린 박은경 선생님이 어떤 분이냐며 궁금해하십니다.


저도 뵌 적이 없습니다.


올해 일흔한 살이 되셨고 카타리나라는 세례명을 가진 천주교 신자, 평생 국어를 가르치셨던 선생님으로만 알고 있습니다.


제가 두 손을 모아서라도 받아먹고 싶다고 말한 것은 선생님의 마음 자취입니다.


혹시라도 어디 산에 가시다가 자그마한 체구의 할머니가 땅에 떨어진 비닐 포장지나 쓰레기, 깨진 병조각을 줍고 계시다면 선생님을 떠올려서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 힌트 하나만 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사람을 알아보는 방법은 수십수백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하느님이 사람을 쓰시는 방법과 같습니다.


나무가 제 몸을 베푸는 일 하나를 생각해 봐도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열매를 맺어 먹게 하고 새가 와서 쉬게 하며 사람에게 그늘을 만들어 주고 풍경을 이루어 시를 쓰게도 합니다. 그러고도 불에 타오르는 공양을 하며 책이 되어 사람을 깨우칩니다. 그 덕을 어떻게 다 갚을 수 있을지, 산에 가면 한가롭다가도 그 나무들 만져보느라 마음이 바쁩니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그러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분 곧 진리의 영께서 오시면 너희를 모든 진리 안으로 이끌어 주실 것이다. > 요한 16:13




그런 기도를 한 적 있습니다.




¶모든 기도의 끝에서 기도에게 전하는 인사, 기도를 보호하는 기도, 그 한마디. 마지막을 지키는 ´아멘´처럼.




아멘, 그 인사로 머무를까 합니다.


사람들 사이에 머물고 하늘과 바다 사이에 머물며, 시가 되었다가 일기가 되었다가 노을이 되어 번지겠습니다.


산 위에서 부는 바람으로도 아이가 불어대는 휘파람에도 촛불 앞을 서성거리는 바람에도, 아멘. 그 인사를 전합니다.




음악을 모르는 저 같은 사람에게도 5월에는 슈만이 생각납니다. 그의 사랑을 들어야 넘어가는 페이지 같은 오늘입니다. 슈만이 지은 ´시인의 사랑´


그 노래가 무슨 뜻인지 이제 조금은 알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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