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드시러 가실까요.
¶사는 일은
밥처럼 물리지 않는 것이라지만
때로는 허름한 식당에서
어머니 같은 여자가 끓여주는
국수가 먹고 싶다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길거리에 나서면
고향 장거리 길로
소 팔고 돌아오듯
뒷모습이 허전한 사람들과
국수가 먹고 싶다
세상은 큰 잔칫집 같아도
어느 곳에선가
늘 울고 싶은 사람들이 있어
마음의 문들은 닫히고
어둠이 허기 같은 저녁
눈물자국 때문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들과
따뜻한 국수가 먹고 싶다
- 이상국, 국수가 먹고 싶다
누가 국수 먹자고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국수 먹자는 사람이 없습니다. 국숫집에는 없는 것이 많습니다. 우선 서빙 보는 직원이 없고 주방에서 일하시는 아줌마나 아니면 방에서 TV 보던 다른 아줌마 한 분이 쫓아 나와서 뭐 줄까요? 묻습니다. 테이블을 빼곡히 채우고도 더 나오는 반찬 대신 청양 고추 두 개에 조선 된장 한 종지, 새금새금한 맛이 나는 열무김치가 한 접시 앞에 놓입니다. 거기에는 약속도 없습니다. 거래나 계약도 없고 카드도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약속 없는 사람들이 아이리스를* 건너다봅니다. 꽃창포 같은 꽃, 붓꽃 닮은 꽃이 맞은편 얼굴에 두 송이 피어납니다.
¶때로 죽어감이 필요하다네
그래야 예수가 다시 숨을 쉬시니
울퉁불퉁한 바위에서는 자라는 게 별로 없으니
평평해지게나 부서지게나
그러면 그대로부터 들꽃들이 피어날 테니
- 루미, 내면에는 가을이 필요하다네
아무한테나 국수 먹자고 그러지 않습니다. 들꽃을 본 사람, 들꽃을 피우는 언덕을 가진 사람, 들꽃인 사람에게 그 말이 쑥 건네 집니다. 국수 먹으러 가실래요. 물음이면서 대답이 되는 말, 그 말이 나에게서 그대에게로 옮겨갈 때, 사람은 지극히 땅과 같아집니다. 가루가 되어 평평해지거나 부서지거나, 그대로 사람을 환하게 맞이하는 프러포즈는 국수처럼, 국수처럼 삶아서 나옵니다. 삶으로 나옵니다.
김치가 맛있는 집은 다 맛있습니다. 콩나물국을 잘 끓이면 다른 것도 확실히 잘합니다. 달리기를 잘하면 운동에 소질을 보이고 피아노를 알면 음악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국수가 그렇습니다. 국수가 국수 맛을 잃지 않았으면 합니다. 국수 하나 맛있으면 다른 많은 것들이 잘 지낼 것 같습니다. 국수를 먹으러 가는 길은 늘 그 생각으로 들뜨기 시작합니다. 나도 국수를 말고 싶다.
나와 같은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또 오래 동행한 사람, 그리고 국수 좋아하는 사람.
오늘은 제가 내겠습니다.
국수 드시러 가실 분!
* 아이리스 iris - 1. (안구의) 홍채 2. 붓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