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번 버스 기사는 방금 점심을 후다닥 마쳤습니다.
아직 출발 시간이 남았습니다.
벌써부터 더운 것이 올여름은 꽤나 고생할 듯합니다.
버스를 타러 나온 아저씨가 근처 파라솔 아래 앉아 있던 버스 기사에게 묻습니다.
아저씨 : (눈이 부시는 듯 손그늘을 만들며) 언제 출발혀요?
기사 : (눈인사를 건네며) 8분 남았네요.
아저씨 : 안에도 덥죠? (버스를 쳐다본다.)
기사 : (일어서며) 타세요, 에어컨 틀어드릴게.
책으로 배우는 문장이 있고 책으로 배울 수 없는 문장이 있습니다.
저 상황에서 버스 기사가 우리말이 서툰 사람이라면 - 그럴 리는 없지만 언어 학습과 소통의 관점에서 만약에 - 마지막 대답을 이런 식으로 달라졌을 것입니다.
기사 : 그러니까요, 버스 안은 더 더워요.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내 언어가 다다른 수준에서 상대의 말이 해석이 되고 꼭 그만큼 소통하는 데 쓰입니다. 언어가 서툴면 ´말 言´에 집중을 하게 되고 그 말에만 반응합니다. 언어가 유창하다는 것은 그 말 言이 타고 오는 말 馬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것이 속뜻입니다. 어떤 말을 타고 왔는지 알아보고 그 말을 쓰다듬어 주면 속뜻이 술술 풀립니다. 그러면 말을 타고 온 말 言도 좋아합니다. 물론 그 말 言의 주인이 좋아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입니다.
속이 풀려야 겉이 좋아집니다. 장이 좋지 않으면 피부가 꺼칠합니다. 이쪽과 저쪽의 관계, 그 속을 흐르는 말은 그래서 많이 중요합니다.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 우리는 공부를 합니다. 어떤 공부는 책에서, 책에서 다 하지 못한 공부는 그 밖의 세상에서 배워야 합니다. 그런데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위해 그다지 노력하지 않습니다. 저절로 될 거라고 믿는 그 믿음은 어디에서 구했는지.
¶역대 최고 포수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박경완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 배터리 코치는 "포수석에 앉으면 온몸의 감각을 총동원해 구장 데이터를 읽어내야만 한다. 투수와 타자의 컨디션은 물론 바람, 습도 등도 경기에 영향을 끼친다. 경험으로 얻어지는 게 있고, 타고나야 하는 부분도 분명 있다. 육감을 총동원해 경기를 치러도 승패가 갈리는 것이 야구다. - 스포츠서울 기사 가운데.
언어에 눈을 뜨고 귀가 밝아지고 타고난 솜씨가 있어 세상이 해석되면 문장을 쓰며 살아가기도 할 것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말과 글은 사람이니까 사람으로서 사람끼리 나눠야 하는 반드시 필요한 항목입니다. 말맛을 느껴가며 이야기를 나누시는지요. 말에서 밝음과 어둠, 참꽃의 색이 돋을 때와 철쭉의 색이 고와 보이는 때가 서로 다른 것을 알아보시는지요. 골계 滑稽한 멋이 있어서 흥흥, 콧소리가 연신 나풀거리는지요. 빠르고 느린 유속 流速은 얼마나 즐기시는지요. 다정다감하신지요.
그래서 말이 층층이 높은 것을 시시 時時 깨우치며 종종 種種 놀랍니다. 공부가 끝이 없어서 멋스럽습니다. 나는 너를 얼마나 잘 알아들을 수 있을까, 늘 궁금한 일입니다.
<시몬아,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처음에는 눈으로 성경을 읽고 그러다가 성경에 손을 대며 따라갑니다. 말이 만져질 때가 있습니다. 비석에 새겨진 글자를 더듬는 일처럼 이끼와 돌, 세월과 바람, 사람과 생애 같은 것들이 홀연하게 떠오를 때가 있습니다. 갈릴래아 호수를 옆에 끼고 예수님을 따라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던 그때처럼 말입니다.
말을 배우고 싶은 금요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