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365

아침에,

by 강물처럼

가만히 눈을 감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왼손으로 오른손을 감싸기만 해도


그렇게 맞잡은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기만 해도


말없이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기만 해도


노을이 질 때 걸음이 멈추기만 해도


꽃 진 자리에서 지난 봄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이문재 시인의 ´오래된 기도´를 적습니다.


어제는 비가 왔습니다.


기도처럼 오는 비도 있다고 끄덕입니다.


다들 비를 기다렸습니다.




음식을 오래 씹기만 해도


촛불 한 자루 밝혀놓기만 해도


솔숲을 지나는 바람 소리에 귀 기울이기만 해도


갓난아이와 눈을 맞추기만 해도


자동차를 타지 않고 걷기만 해도


섬과 섬 사이를 두 눈으로 이어 주기만 해도


그믐달의 어두운 부분을 바라보기만 해도


우리는 기도하는 것이다.




´길희´ 였는지 ´기리´ 였는지, 한 번쯤 물어볼 것을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기리네 할머니를 기억해 냈습니다.


길희 네 할머니일지도 모를 그 할머니 이름이 반가웠습니다.


엄마 기억력이 좋네.


어머니가 다른 날보다 더 좋아 보였습니다.


안 아픈 사람처럼 어머니가 닭죽을 드시고 아이들에게 이것저것을 물었습니다.


그러다가 손녀를 보면서 이쁘게도 컸다며 그렁그렁 목소리가 방울졌습니다.




바다에 다 와 가는 저문 강의 발원지를 상상하기만 해도


별똥별의 앞쪽을 조금만 더 주시하기만 해도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만 해도


나의 죽음은 언제나 나의 삶과 동행하고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인정하기만 해도 기도하는 것이다.




엄마가 다른 날보다 더 좋은 것 같아서 천천히 노을 속으로 운전을 했습니다. 모내기를 하려는 논에 물이 찰랑거렸고


아직 베지 않은 보리는 다 익었습니다. 도로 양쪽으로 옛날이 흐르는 듯했습니다.


엄마, 여기 어디야?


잠시 머뭇거리다 알아봤습니다.


아이들 외할머니가 주무시려다 말고 서둘러 밖에 나오셨습니다.


"저녁을 먹고 어머니가 다른 날보다 좋으신 거 같아서 들렀습니다."


장모님도 한두 해 전부터 몸이 좋지 않습니다.


갑작스럽게 불편한 것을, 끄덕이면서 ´알겠다´는 표시를 건네십니다.


한물간 권투선수 같았습니다.


여행담을 무용담처럼 순식간에 펼쳐 놓으십니다.


그때 그렇게 잘 걸었다며 서로를 추켜 세우시더니 세월이 금방이라며 측은하다 그러십니다.


쪽마루에 앉아 마당을 바라보던 해후였습니다. 내일은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그러셨습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우러르며 숨을 천천히 들이마시기만 해도.




오래된 기도를 사람들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아쉽고 후회가 되는 것들을 돌아봅니다. 좋았던 것, 건강했던 이야기로 기도를 챙깁니다. 기억이 다 말라가는 날에도 눈물에는 짠맛이 남아있습니다. 짠맛은 사람이 내는 맛인 듯싶습니다. 그것은 성실한 맛이며 슬픈 맛이고 기뻤던 맛, 온갖 세월을 지나온 바람이나 햇살, 빗물 담은 맛입니다. 오래된 맛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신 포도주를 드신 다음에 말씀하셨다.


"다 이루어졌다."> 요한 1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