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12-1

또 하나의,

by 강물처럼

2022, 1004, 화요일


어제와 같은 시각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창문을 꼭꼭 닫았는데도 덩치 큰 빗소리가 공간을 비집고 들어옵니다. 마치 성벽을 타고 오르는 거친 군사들 같습니다. 바람이 붑니다. 점점 격해지는 일전 一戰을 목격하는 것이 편하지만은 않습니다. 오관돌파*하는 바람을 막을 장수가 없습니다. 비는 바람을 제 편으로 두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빗속으로 일하러 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10월 4일, 밸런타인이나 빼빼로 데이처럼 오늘도 특별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늘 딱 한 사람에게 무엇인가를 전해야겠습니다. 좀 간지러울 수 있지만 겉에는 이렇게 써서 건네야겠습니다.


´오늘은 1004, 너는 천사´


처음 해보는 것이니까 만만한 ´강이´에게 먼저 해봐야겠습니다.


이거, 이거 유명해지는 거 아닌가요?




순간 업그레이드 버전이 생각났는데요, 오늘은 모르는 사람에게, 대신 평소에 고마웠던 사람, 예를 들면 300번 버스 기사 아저씨라든지 학교 앞 교통정리해 주시는 할아버지나 주차 단속원들 같이 우연히 스치는 분들 중에, 어떨까요.


이거 뭐예요? 그러면 오늘 이렇게 하는 날이래요. 10월 4일, 천사 Day!


그러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아침에 학교 가는 강이한테 테스트해 보겠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바나나 우유에다 포스트잇을 써서, 이거 몰랐지? 싶은 표정으로. ㅋㅋ




창밖이 어슴푸레 밝았습니다. 비는 그치고 바람도 잠잠합니다. 늘 그렇듯 무슨 일 있었냐고 묻는 것 같은 아침을 맞이할 것입니다. 아침에는 그런 천진함이 있습니다. 간밤이 무엇이 몰아쳤든 아침은 해가 맑았으면 합니다. 해맑은 웃음, 해맑은 것들이 여기저기에 가득했으면 좋겠습니다.




*오관돌파 - 단기필마로 조조의 장수들이 지키는 다섯 관문을 통과하는 관우의 기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