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003, 월요일
이런 것을 궁금해하지는 않겠지만 혹시라도 아침에 깨어 비가 내린다고 그러면 새벽 3시 57분에 타다닥 소리가 나더니 58분에 세상에 태어났다고 말해주세요. 비의 탄생 순간을 직접 들었습니다. 산모도 아기가 모두 건강하고 오체 만족입니다.
10월 3일 하늘이 열린 날, 비가 내립니다.
어둠 속에서는 소리가 잘 들립니다. 어둠이 짙을수록 소리는 맑습니다. 소리를 잃은 어둠을 사람들은 죽음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니 우리는 죽지 않았습니다. 어둠을 지키는 것이 사람의 일인 줄 알았더니 소리를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내리는 날에도 자작자작 소리가 타고 있습니다. 밤은 오케스트라, 어둠은 그것이 연주하는 교향곡. 소리가 흐릅니다. 몸 안에 있는 세포처럼 하나로 나아가는 온갖 음표들, 그 음표와 음표를 잇는 소리 없는 소리들, 내가 볼 수 없는 불꽃들 그러나 따스한 별들. 세상은 소리로 가득합니다. 무더기로 피었습니다. 꼭꼭 숨어라, 숨소리가 보인다. 가을에는 숨,바꼭질하며 놀고 싶습니다.
일요일 저녁 미사에는 사람들이 적었습니다.
저는 통 못돼먹은 사람 같습니다. 성당 안이 쓸쓸하니 편안했습니다. 어제는 가을밤이었습니다. 바깥에서 우는 귀뚜라미 소리가 잘 들렸습니다. 빈자리는 귀뚜라미 소리가 채우고 있었습니다. 그래, 미사 봐라.
절간에서 키우는 개는 스님을 닮고 성당에 사는 귀뚜라미는 복음을 들으면서 가을을 날 것입니다. 그 울음소리가 옛날 성가처럼 반가웠습니다. 처음 듣는 노래였습니다. 무엇인가는 멀어졌고 무엇인가는 들리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어제는 모든 말씀이 귀뚜라미 울음 속에 묻혔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것이 좋았습니다.
"The one who had mercy on him."
그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입니다.
"Go and do likewise."
가서 너도 그렇게 하여라.
착한 사마리아인에 대한 이야기는 오래오래 전해질 것입니다. 내 옆으로도 전하고 내 다음으로도 전하면서 이어졌으면 합니다.
´가엾은 마음´
사람의 마음은 도대체 어디에서 생겨나는지 궁금합니다. 그것은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것인지, 갖고 태어나는 것인지 영 모르겠습니다. 마음은 있습니까. 생각은 마음입니까. 마음은 무엇입니까.
그럼에도 마음이 손에 잡힐 때가 있습니다.
발도 눈도 마음도 마음에 걸려서 좀처럼 넘어가기 힘든 때가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그 마음은.
아마 꿈이었을 것입니다.
높은 장대에 긴 빨랫줄 위로 하얀 빨래들이 너풀거리는 풍경은 언제나 사람을 근원적이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날아가도 좋을 것 같은 거기에 마음을 널어놓고서 멀리 산책 다녀오는, 꾸덕꾸덕 잘 마른 마음을 만지면서 고마운 것도 같고 슬픈 것도 같은 물결이 일던 꿈.
이번에 다시 그 꿈을 꾸면 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배경으로 넣어볼까 합니다. 달빛이 비쳐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는 ´당신을 누구보다도 더 사랑한다´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다만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하여 자기 마음을 온전히 전한다. 다른 말이 필요 없는 이 사랑은 어디에도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 사랑이다. 이 사랑은 어쩌면 그에게 불가능한 것일지 모른다. 삶의 여러 난관이 그의 사랑을 둔하게 만들고, 그의 미숙한 정신이 작은 일도 고깝게 생각한 나머지 사랑 속에 미움이 싹틀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사랑을 고백하는 순간의 그는 완벽한 사랑을 꿈꿀 것이며, 나아가서는 그 떨리던 순간의 추억을 되새겨 삶의 고비마다 무디어지거나 빗나가는 사랑을 다시 날카롭게 바로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 황현산, 밤이 선생이다 중에.
다만 가엾게 여기는 마음 하나를 얻을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그래서 마음이 하는 일을 내가 도울 수 있고 내가 하는 일을 마음이 돕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