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22-1

모르니까, 그래서

by 강물처럼

2022,1017, 월요일



공감이 쉬운 것은 아닌데 우리 일상에는 꼭 필요합니다. 공감이 쉽지 않은 이유는 그것이 저절로 되는 듯해도 과정과 절차가 은연중에 요구되기에 그렇습니다. 허공에다 공감을 세울 수는 없습니다. 거기에도 바닥을 다지고 기단을 먼저 쌓아서 받침을 단단히 하는 작업이 우선 됩니다. 그러고 나서야 탑신이 올라가고 꽃 같은 구슬 같은 머리가 얹힙니다. 하나의 공감은 그 자체로 탑입니다. 나는 몇 개의 탑을 짓고 살았던가요. 그 탑으로 밥은 해먹었던가요, 술은 얼마쯤 담갔던가요. 탑이 없는 마당은 가을볕마저 들지 않습니다. 빛의 동무는 그림자일 텐데 마당이 훠이 넓어도 그림자가 질 것이 하나 없습니다. 그것을 휑뎅그렁하다고 밖에 말할 도리가 없습니다. 탑 위로, 아 계룡산의 남매탑이 떠올랐습니다. 오랜 세월 거기 서서 무엇인가를 기다리는 남매탑이야말로 공감의 형상화, 그것의 구현인가 싶습니다. 탑 앞에 서면 그 마음이 손에 잡히고 읽히는 듯하여 한순간 불립문자가 됩니다. 말과 글의 형식을 떠나서 배우고 익힐 수 있는 영역에 마음공부가 있습니다. 나무와 탑, 사람은 서서 기다릴 줄 아는 벗들입니다. 사람은 벗들을 찾아 나서야 하는 운명을 타고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공감하러 떠나는 길, 그것이 삶이 가리키는 방향 아닌가 싶습니다.

커지고 넓어지고 깊어져서 바다의 바다가 됩니다. 공감은 오션 Ocean입니다.




¶인생이란 비스킷 통이라 생각하면 돼요. 비스킷 통에 여러 가지 비스킷이 가득 들어있고 거기엔 좋아하는 것과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이 있지요? 그래서 먼저 좋아하는 것을 자꾸 먹어버리면 그다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것만 남게 되죠.


난 괴로운 일이 생기면 언제나 그렇게 생각해요. 지금 이걸 겪어 두면 나중이 편해진다고. 인생은 비스킷 통이다라고.




- 무라카미 하루키, 노르웨이의 숲에서.




¶ Life is a box of chocolates, Forrest. 인생은 초콜릿 박스 같단다, 포레스트야.


You never know what you gonna get. 어떤 맛을 먹게 될지 절대 알 수 없는 거지.




-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그래서




공감할 수 있습니다. 알 수 없어서 그럴 수 있고 그래야 하는 것 같습니다.




¶네가 나를 모르는데 난들 너를 알겠느냐


한 치 앞도 모두 몰라, 다 안다면 재미없지


바람이 부는 날엔 바람으로 비 오면 비에 젖어 사는 거지, 그런 거지.




- 김국환 타타타에서.




그래서




모르는 것들에게 터를 내줍니다. 세상은 내게 발 딛고 다닐 땅을 언제나 제공합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나는 탑이 됩니다.


공감하는 탑입니다. 사람은 그렇게 생겼습니다. 기도를 담고 소원을 비는 탑입니다. 그 탑들만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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