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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an 07. 2023

기도 88-1

누가 바람 없이

2023, 0107,  금요일


부감 俯瞰은 높은 곳에서 내려 보는 일입니다. 요즘 ´드론´ 때문에 한참 시끄럽습니다. 서울 하늘까지 날아왔지만 용산은 아니다. 대충 그런 이야기로 다투고 있습니다. 누구를 걱정하고 무엇을 염려하는지 듣다 보면 맥이 풀립니다.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일이 국회에서는 빈번합니다. 감정이나 기분이야말로 부감해야 할 것들 중에 맨 앞을 차지합니다. 높이 날아올라 서울을 내려다본 드론이 우리들의 상한 감정을 또 비웃는 듯하여 영 뒷맛이 개운하지 못합니다. 드론은 조심하지 못하면서 높아지고 싶어 하는 그 속을 다 들킨 것 같아 창피하기도 하고 멋쩍은 것도 말할 수 없습니다.




우러러볼 줄 모르면 굽어볼 줄도 모릅니다. 내려보는 것과 굽어보는 것은 사물과 사람의 차이 같습니다. 그것은 인격 人格과 신격 神格의 차이와도 같습니다. 올려다보면 하늘 Sky이지만 우러러보면 하늘 Heaven이 됩니다. 감정을 싹 빼놓고 바라보면 사람도 정물처럼 흐릅니다. 그래서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너도 그렇다.* 자세하게 보려는 자세는 살피는 것이고 그렇게 알뜰살뜰 살피면 다 좋아집니다. 말라가던 꽃들이 살아나고 다 죽었어도 예쁘게 남습니다. 상대를 살피는 일이 결국 나를 살리는 일이 됩니다. 다들 마지막 순간에는 친절하지 못했던 - 사람들에게, 세상에게, 자기에게 - 것들만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것이 안타깝고 애석해서 자주 웁니다. 내가 못했던 사람을 만나면 눈물이 먼저 납니다. 엉엉, 울지도 모릅니다.




옛날에도 사랑에 빠지면 처갓집 외양간 말뚝에 절까지 했습니다. 감정은 그런 구석이 있습니다. 나보다 앞에 나서고 나보다 먼저 일어나 저 혼자 돌아옵니다. 나는 어떡하라고 그러는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기분은 감정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감정의 눈치를 살핀다.* 내 기분은 감정이 휘두르는 지휘봉 끝에 맞춰 연주를 합니다. 감정이 딱딱 보면대를 쳐가면서 지적을 하면 기분은 깜짝 긴장합니다. 첼로 같은 기분, 바이올린 같은 기분, 아니면 ´가브리엘의 오보´ 같은 기분이 들락날락 시중을 듭니다. 그래서 높은 곳에서 바람을 쐬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맑아지고 가벼워집니다. 바람은 무거운 것들, 혼탁한 것들을 다스릴 줄 압니다. 바람은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달래야 합니다. 누가 바람 없이 항해할 수 있습니까.* 사람은 높아지면 무엇이 하고 싶은 걸까요. 혹시 그것이 ´마음대로´라면 그것은 잘못 생각한 것입니다. 높은 곳은 그런 데가 아닙니다. 아시다시피 거기는 매우 위험합니다.




부앙무괴 俯仰無愧, 하늘을 우러러보나 땅을 굽어보나 부끄러움이 없는 일이 민주주의 아닌가 싶습니다. 우리는 자본주의에 충실하지 결코 민주주의는 아닌 것 같습니다. 정치도 사회도 종교도 민주주의를 자주 잊습니다. 저는 민주 사회의 민주 시민이고 싶습니다. 기분에 따라 살지 않고 감정으로 선택하지 않는 민주주의를 외치는 일은 윤동주의 서시처럼 별이 바람에 스치는 일 같습니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살았던 영혼들을 위하여 오늘 아침은 하늘로 편지를 띄웁니다. 높이 날아올라, 거기 닿아라.





* 나태주 시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 김소연 마음 사전 45p.




* vem kan segla forutan vind, 누가 바람 없이 항해할 수 있는가, 스웨덴 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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