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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an 30. 2023

기도 103-1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2023, 0130, 월요일



Then Jesus asked him, "WHat is your name?"


예수님께서 그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 하고 물으시자,


"My name is Legion." He replied. "for we are many."


그가 "제 이름은 군대입니다. 저희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군대´라고 했던 부분을 찾아보느라 New Internationa Version 성경을 펼쳐보았습니다.


Legion은 그 유명한 로마의 군단입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사단이 되겠습니다.




사람은 신비한 존재이면서도 몇 번의 대조와 비교로 일정한 유형이 드러나는 단순함도 갖추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를 보면 가끔 극단적인 수비 형태가 등장합니다. 3루 베이스 쪽은 수비를 한 명만 남겨두고 다른 수비수들은 모두 1루 쪽에 모여 있습니다. 그런데도 타자가 친 공이 1루로 향하고 결국 아웃되고 맙니다. 그것을 시프트라고 합니다. 타자 유형에 따른 수비 작전입니다. 유튜브를 시청하면서 그 거대한 알고리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 때가 있습니다. 잠깐 쉬려고 핸드폰을 켰다가 한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는 일이 빈번합니다. 나는 너를 안다. 그러면서 저 건너편에서 알고리즘이 웃고 있습니다. 패턴을 연구하면 성향이 나오고 성향은 방향을 알려줍니다. 나도 아직 결정하지 않은 내 방향을 그가 먼저 알고 있습니다. 돈이 내 호주머니에 있을 뿐이지 벌써 그의 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분석되고 수치화되면서 계량되고 있습니다. 자연은 나에게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었는데 말입니다. 수가 많아지면 그런 약점이 있습니다. 민첩하고 자유롭지 못하는, 그래서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한꺼번에 몰살당할 확률이 높습니다. 고대 페르시아가 그리스를 공격했을 때도, 중국 수양제가 백만이 넘는 군사로 고구려를 침략했을 때도 그랬습니다. 수가 많으면 이긴 줄 압니다. 덩치가 크면 과시하고 싶어 집니다. 러시아나 미국이나 다른 강대국들도 모두 닮은꼴입니다. 기업도 그렇고 개인도 그 모습을 보고 배웁니다. 자본과 권력은 일란성쌍둥이처럼 함께 다닙니다. 거기에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까지 올라탄 것이 지금이라는 세상 아닐까, 그것은 지나친 상상, 망상이었으면 합니다. 그나저나 남극의 얼음이라도 더 녹지 말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일요일 일과를 마치고 저녁에는 학부모님 몇 분에게 짧은 메시지를 썼습니다. 학생들 이름은 가명으로 옮기겠습니다. 일부러 소개하는 이유는 뭘까. 그런 생각도 합니다. 나는 이 정도 하고 있다고 자랑하려는 것일까. 아니면 알아달라는 것일까. 그런 부분이 영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주 작은 부분이고 더 크고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기분의 정화, 사고의 방향 전환, 그런 보이지 않는 효과를 노립니다. 보이지 않는 부분을 확장시키려는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은 것임을 아이들과 저는 매일 확인하고 있습니다. 그 작업이 꽤나 즐겁고 행복합니다. 메시지 두 개, 아니면 세 개쯤 동봉합니다.




좋은 날을 바라겠습니다.





* 말론 브란도, 비비안 리가 주연한 영화로 더 유명한 작품, 미국 극작가 테네시 윌리엄스의 희곡






첫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날씨가 무척 추웠습니다.




대한이는 잔잔한 호수에 배가 떠있는 풍경을 연상하시면 아마 꼭 들어맞으실 겁니다. 차분하게 매일 실력을 쌓고 있습니다. 아이여서 2주에 한 번, 가끔 열흘에 한 번 정도 흐트러질 때가 있지만 대단히 정상적인 신호로 읽힙니다. 대체적으로 문제없이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한이는 형보다는 어리지만 형이 갖고 있지 않는 힘이 있습니다. 아직 그 힘이 어느 쪽으로 모습을 드러낼지 잘 모르겠지만 긍정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바람직하게 보입니다. 직선적인 듯하면서도 자연스럽다는 것이 소한이가 가지고 있는 선의 비결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자연스러움이 소한이에게는 풍부합니다. 강요하지 않고 결을 살리면서 아이와 동행한다면 좋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기대됩니다.




공부 내용에 대해서는 차후로 하나씩 풀어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더불어 대한이 듣기 교재를 신청합니다.




두 번째 편지




안녕하세요.


날씨가 많이 추웠습니다.




영이하고 공부를 한 지 3주가 지났습니다. 제 개인적으로 그 3주는 놀라운 시간이었습니다. 영이에게도 이야기를 했는데 처음에 어색하고 불편할 것 같은 예감으로 학생을 대하면서 나도 조바심이 났었다고 웃었습니다. 금요일 오전 영이가 수업받으러 들어섰을 때 저는 어깨춤을 출 것처럼 아이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어서 와라.




이럴 줄 알았다면 더 일찍 만날 걸 그랬다는 아쉬움, 그런 감정은 쉽게 생겨나지 않습니다. 영이가 정확한 면이 있으며 또래에 비해 성실합니다. 집에서는 어떻게 보일지 몰라도 학습한 내용을 다루는 것을 보면 사람이 흐뭇해집니다. 너는 잘하고 싶구나, 무엇인가 목표가 있어 보이는 모습입니다. 그런 학생을 만나면 가르치는 사람은 흥겨워집니다.




어려울 수도 있는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처음에도 말씀드린 것처럼 중학교 3학년 과정이 아니라 고등학교에서 적용할 수 있는 독해력, 문법, 듣기 실력을 갖춰야 합니다. 저는 영이가 영어로 고민은 하되 영어 때문에 웃는 모습을 기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려운 것들을 이겨내는 보람을 아이가 직접 챙길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여학생들은 심리적으로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사소한 일이라도 공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평상심을 유지해 나가기는 어렵겠지만 그럴 수 있도록 주변이 협조해 준다면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그보다 더 좋은 환경은 없을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관심 갖고 살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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