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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물처럼 Jan 31. 2023

기도 104-1

해죽이 웃던

2023, 0131, 화요일



엊그제 본 영화, ´리틀 보이´를 연상시키는 복음 말씀입니다.


전쟁터에 나간 아빠가 무사히 집에 돌아오기만을 소원하는 9살 소년에게 ´믿음´이 무엇인지 일러주는 신부님이 등장합니다. 믿음은 저절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일들을 하나씩 실천할 때 비로소 생겨나는 거라며 그 목록을 적어 줍니다.




배고픈 자를 먹이고


집 없는 자를 재워주고


죄수들을 방문하고


헐벗은 자를 입히고


병자를 방문하고


죽은 자를 묻어주라




거기에 하나 더 신부님은 소년 페퍼에게 요구합니다. 모든 마을 사람들이 멀리하는 일본인 하시모토와 친구가 되는 것입니다. 9살 소년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하나 없습니다. 일찍이 성철 스님이 그러셨습니다.




"나를 보러 오려거든 먼저 부처님 앞에 절을 삼천 번 하고 오너라."




스님이 도가 높고 사람들이 우러러보기 때문에 격을 갖추기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몸을 일으키고 낮춰 절을 하는 동안 마음이 스르르 낮아지기 때문이었습니다.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그 잔잔해진 마음으로 누구를 보든 거룩하게 보이지 않을 수 없는 것입니다. 걸음마저 연꽃처럼 걷고 싶어 졌을 것입니다. 절을 해 본 사람들은 잘 알 수 있습니다. 아픈 몸을 위해 절을 시작했지만 어느 순간 그 생각도 잊습니다. 새벽인 것도 잊고 겨울인 것도 잊고, 아침 산새가 우는소리에 잠에서 깨듯 몸이 깨어납니다. 하루를 얻었다는 마음으로 산 아래를 내려 보고 있으면 어쩐지 애틋한 생각에 잠깁니다. 그 애틋함이 믿음이 솟아나는 샘 아닐까 싶습니다. 애틋함의 순도가 간절함의 차원이 되고 그 간절함은 믿음으로 구현될 것입니다. 욕심은 맑지 않습니다. 막혀 있습니다. 그 차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삶이 묻습니다. 내게 물어주는 그 질문이 아름답습니다. 물음을 사랑합니다. 이 시험지가 좋습니다. 지도 같고 내비게이션 같고 친구 같습니다. 일어나라, 그러는 것 같습니다.




<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는 뜻이다. 그러자 소녀가 곧바로 일어서서 걸어 다녔다. > 마르코 5: 41-42




네 믿음이 너를 구했다는 말을 우리말로 바꾸면 이럴 것입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


영화는 우리를 소년처럼 안아줍니다. 그리고 속삭입니다.


´믿음에도 용기가 필요하단다. ´


마지막 장면은 이렇게 맺어집니다.




¶ 신부님은 아버지를 돌아오게 한 게 하느님이라 하셨고 하시모토는 살고자 하는 아버지의 의지였다고 했다.


나는?


그때까지도 내 겨자씨만 믿고 있었다. 아빠를 되찾는 여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방법을 하나만 일러주는 사람은 장사꾼입니다. 방법을 아예 가르쳐 주지 않는 사람은 독재자이며 가능한 많은 길을 안내해 주는 이가 스승입니다. 부모이며 스승이고 친구이며 목자이신 분이 우리에게 계십니다.




해죽이 웃던 소년이 자꾸 보고 싶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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