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운 발자취 / 장석남

시의,

by 강물처럼

어지러운 발자취 / 장석남


이제 저 어지러운 발자취들을 거두자

거기에 가는 시선을 거두고

물가에 서 있던 마음도 거두자

나를 버린 날들 저 어지러운 발자취들을 거두어

멀리 바람의 길목에 이르자 처음부터

바람이 내 길이었으니

내 심장이 뛰는 것 또한 바람의 한

사소한 일이었으니



몹시 뒤척이는 날에는 백약百藥이 무용無用하다.

다 덮고 잠이나 자려는 심보는 누굴 닮았을까.

그래서 오는 잠이라면 바람이 되지 못한 당신이 꿈속에서 기다리고 있겠지.

바람風은 거품 같은 바람願 속에서 아름답게 생겨난다.

당신은 꿈에서마저 괴로울 것이다.

아름다운 것을 두고서 날이 새도록 어지러이 맴을 돌 것이다.

침례浸禮라도 받아야 바람을 향해 설 수 있을까.

날 것 그대로의 바람, 하늘과 땅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름다움.

당신은 손바닥만 한 심장으로 어쩌겠다는 것인지.

땅이 하늘을 두려워하니 세월은 땅을 도와서 살아가겠지.

갖고자 하는가.

갖어야겠는가.

어찌 감(敢)히 와 부득불(不得不), 그 어디쯤에서 길을 잃는 일 없이 멈추는 바람아,

아름다워도 거품이었지 않았는가.

사소한 일이었지 않았는가.

그대, 잠 못 들어도 뒤척이다가 뒤척이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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