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해는 꽃을 피우지 않고 저를 튼튼히 만드는 데 여념이 없다고 그런다. 이듬해가 되어서야 처음으로 꽃을 피우고 그다음부터는 크고 예쁜 꽃잎이 벌어진다. 접시꽃답다. 여름에는 그렇게 손바닥만 한 꽃이 하나씩 선물로 주어지면 좋을 것이다. 이 꽃을 드세요. 가만! 내가 그린 것은 머리 위로 살짝 더 올려 가는 곳마다 그늘이 한 조각씩 생겨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드세요' 그러면 어떤 이는 의아스레 나를 바라보겠구나. 이 꽃을 먹나요, 그래도 되나요? 물음이 웃음이나 울음처럼 말이 되지 못하고 공중에 뜬다. 비눗방울이 용케 날아간다. 그 사이로 빛이 든다. 밖에서 안으로 향하는 것들은 모두 이렇게 그림자를 갖춘다. 물이 들고 소식이 그 위를 떠온다. 달빛도 함께 출렁거리는 밤이면 시간이 꿈틀거리며 굼벵이 소풍을 나선다. 그래서 7월은 무엇이든 잘 피어난다. 나고 드는 것들이 장마 따위에 질세라 차곡차곡 날을 연마한다. 꽃으로 마음을 베였던 적 있거나 벤 적이 있다면 아마도 여름이었을 것이다. 열매는 그렇게 맺는다. 드세요, 이쪽으로. 그리고 드세요, 맛이 좋습니다. 어떠세요, 마음에는 드세요? 사람의 숨에서 사람이 맡아지는 더운 계절을 그대는 가졌는가.
비가 그친 다음날은 접시꽃을 펴며 접으며 시간을 들인다. 빛을 따라 내 안에 드는 것들을 맞이하는 오후, 잘 드는 가윗날처럼, 사금파리처럼 반짝거리는 것으로 하늘 한구석을 가르고 거기에 커다랗게 방을 들인다. 뒤에 남은 사람들, 먼저 떠난 이들이 그리워하는 그 사람들을 실어 나른다. 땅에서 하늘로의 드라이브, 남은 빗물을 쏟아내고 마른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 마련한 곳에서 한여름 밤의 꿈이 펼쳐진다. 잘 있었냐는 말은 그런 말이었구나. 죽어서도 먼저 묻는 인사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