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지생활- "아이스케키 사세요!"

여름의 추억: 아이스케키와 첫 텔레비전

by 나루

애니메이션 '검정고무신'에 나오는 아이스께끼 에피소드를 기억하는가? 지금은 동네 곳곳에 아이스크림 할인점과 편의점이 있지만, 옛날에는 아이스께끼 장수가 통을 들고 다니며 팔았다. S는 생계를 위해 다시 아이스케키 장사를 하기 시작했다.

1962년 6월 14일

캐키를 팔고 오후에는 학교에 갔다.
저녁에 삼만리떡 아들이 놀러 와서 놀았다.
1962년 6월 17일

캐키를 팔고 오후에 목포 아저씨를 찾아서 가니까 4시에 오라고 해서 4시에 가니까 없어서 기다리다 못해서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찾아가서 좋은 이야기 많이 듣고 집으로 돌아와서 들으니 금자 아버지가 오셨다 가셨다고. 텔레비죤 구경 처음


S는 목포 아저씨를 기다려도 만나지 못했고, 저녁을 먹고 다시 찾아가서야 볼 수 있었다. 핸드폰이 있는 지금은 ‘몇 시에 만나자’는 약속을 하고 만나지만 그 시절에는 그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는 게 조금은 낯설다. 지금의 시선으로는 참 답답한데, 그 시절 사람들은 그런대로 잘 살아갔다. S도 결국에는 목포 아저씨를 만나서 좋은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텔레비죤 구경 처음’이라는 말이 유난히 인상 깊었다. 그때는 텔레비전 한 대만으로도 얼마나 신기했을까. 흐릿하고 투박하던 TV는 진화를 거듭해서 이제는 모공까지 훤히 보이는 화질을 갖게 되었다. 기술의 발전은 늘 사람들을 놀라게 만들지만, 그 기술을 처음 마주했을 때의 임팩트가 가장 강한 것 같다. 그리고 그 놀라움은 ‘처음’이라는 기억으로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는다. '텔레비죤'을 처음 구경한 날처럼 말이다.



1962년 6월 28일

일찍 일어나 귀석이가 타고 온 자전차를 탔다. 오전에는 그래도 캐키가 잘 팔렸는데 오후에는 아주 형편없이 안 팔렸다. 그래서 집으로 일찍 들어와서 공부하고 꾸어갔던 돈 받아서 보관 중.
운동화 샀음 50원

* ‘자전차’가 무엇인가, 하고 찾아보니 지금의 자전거와 같은 말이라고 한다.


나는 장사를 안 해봐서 잘은 모르지만, 만약 장사를 한다면 매출이 들쭉날쭉한 게 가장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 팔릴 때는 기분이 좋다가도, 안 팔릴 때는 시간도 안 가고 의욕이 꺾이기 마련이다. 그래도 S는 장사가 안되자 금방 접고 공부를 하며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리고 운동화가 50원이라니... 이렇게 실제 물건가격을 통해 예전 물가를 실감할 수 있어 신기하다. 지금 물가에 비하면 정말 믿기지 않을 만큼 싸다. 편의점에서 파는 비닐봉지도 100원인데 말이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자료마다 다르지만 그 당시에 50원은 지금의 20000원 정도로 추정된다. 그 당시 S에겐 50원도 큰돈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운동화 구매를 기념하고자, 일기장에 기록한 그 귀여운 마음이 전해진다.


나도 내 일기를 뒤져보며 가장 최근의 구매 기록을 찾아보았다.

입사 준비물로 갤럭시 워치 7 쿠팡에서 구입, 40mm, GPS+블루투스. 208,000원.

큰 마음먹고 샀던 나의 워치가 S의 운동화와 겹쳐 보인다. 언젠가 다시 일기를 보면 지금의 가격도 저렴해 보일 것이다. 그래도 무언가를 살 때의 설렘만은 그대로 기록에 남는다. 그때나, 지금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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