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장에 생생히 기록된 1962.6.10 화폐개혁
1962년 6월 10일, 대한민국의 돈이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오래된 일기장 속에는 그날의 소란과 혼란이 고스란히 묻어있었다.
1962년 6월 9일
회사에서 돌아오면서 아카징크 100 환, 옥키시루 100 환, 호다이 50 환 (250 환 미납) 사가지고 와서 내가 손을 치료했다. 밤에는 금자 어머니가 라디오에서 그런다고 돈이 바꾸어진다고 하시면서 돈추리들 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가셨다.
1962년 6월 10일
아침에 일어나 보니 모두들 사람들이 와자그르했다. 돈 때문에 상점에는 모두들 문이 닫혀 있다. 회사에서 종일 일을 했다.
돈이 바꿔지는데 새로 나온 돈은 전 돈보다 10:1로 줄어지고 한 사람에 5000 환씩 밖에 바꾸지 못해서 누나가 돈을 가지고 고향에 내려갔다.
주판 800 환, 비누 100 환 샀다.
저녁에는 금자네 집에서 놀다 와서 손에 꿰맨 실을 내가 빼었다.
돈 1000 환이 100원으로, 100 환이 10원으로, 500 환이 50원으로, 50 환이 5원으로, 10 환이 1원으로 바꿔짐.
오후에 주인 아주머니한테 찾아가서 내일부터 6시에 학교에 가면 어떠냐고 물으니까 좋다 배운다면 가서 배워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처음엔 이 일기를 보고, ‘돈이 바꿔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찾아보니 1962년 6월 10일은 우리나라에서 화폐개혁이 이루어진 날이었다. 나라의 돈이 바뀐다는 건 내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라, 그럴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낯설었다. 게다가 나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화의 단위가 '원'인 시대만 살아왔다. 그래서 '환'이라는 지금은 사라진 화폐단위가 생소하고 신기하게 느껴졌다.
한편 그는 다쳤던 손의 실밥을 스스로 뽑았다. 지금은 병원에서 날짜를 정해서 실밥을 뽑지만... 그 당시에 그렇게 한 게 돈 때문이었을지, 여는 병원이 없어서일지, 그냥 그게 당연한 시대였는지, 안타까워 마음이 찡했다.
1962년 6월 11일
오늘도 여기저기서 화폐를 바꾸느라고 야단들.
인쇄소에서 근무하다 6시에 주판 편물 학원에 가서 원서 접수를 했다. 그래서 내가 아무 말 없이 나갔다고 금자 아버지와 주인이 타이르신다. 주판 접수는 한 달에 25원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일부터 나오기로 약속했다. 집에 와서 저녁에는 금자 집에 가서 손에 약을 바르고 금자 아버지한테 여러 말씀을 들었다.
지금 해는 11시 40분에 짐.
'화폐를 바꾸느라고 야단들'이라는 표현에서 그날의 분위기가 전해진다. 가지고 있던 현금은 나중에 쓸 수가 없게 될 테니, 얼른 달려갔을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당시에는 현금 말고 카드는 없었을까? 궁금해서 찾아보니 1969년에 우리나라의 첫 신용카드가 만들어졌고, 1980년대가 되어서야 대중화되었다고 한다. 일기 속 그날은 현대와 다르게 오로지 현금만 사용하는 시대였고, 그래서 화폐교환은 모두에게 엄청난 사건이었다.
일기장은 이렇게 한 청년의 하루를 넘어, 그 시대의 풍경과 공기를 함께 담아내고 있었다. 그래서 작은 역사책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