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인사직무를 어떻게 알고, 어떤 모습으로 지원하셨나요? 그 당시 상상했던 이미지는 현재와 같은가요?
인사의 가장 순수했던 모습을 꼽자면 저는 "사람이 좋아서 HR을 하고 싶습니다."가 아닐까 싶습니다. 막연하게 인사직무가 이럴 것이다.라는 이미지를 상상하고, 순수했던 모습이었습니다.
혹자는 면접에서 인사를 하고 싶은 이유가 뭔가요? 라고 물었을 때 "사람이 좋아서"라고 하면, 면전전형에서 탈락시킨다고 하는데... 저는 일방적인 가치관으로 그려진 평가 기준은 사실 바람직한 평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명한 학자들, 성공적인 기업가들은 줄곳 이야기합니다. 성공의 열쇠가 HR 철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말이죠. 이러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서 HR에 대한 이미지를 그리고 가득 찬 꿈을 품고서 HR을 경험하면, 약 5년 후에는 약 열명 중 다섯명은 대부분 회의주의적 시각으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실제 조직에 들어가면 책, 기사, 칼럼, 또는 드라마에서 보던 HR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운영 업무에 시달리는 선배들의 모습, HR과 타 구성원 서로가 서로에게 수준 이하 라며 평가 절하하는 모습, HR과 구성원이 보이지 않는 "적"이 돼버린 현실, 정책을 운영하는 책임을 수행하기 위해 또는 평가를 잘 받기 위해 공감이 결여된 지시만 전달하는 모습들......(다소 기계적인 모습들까지...)
한 때는 신입이 저희 커뮤니티에 와서 "인사 쟁이가 되고 싶습니다. - 사람이 좋아서요."라고 대답하면, 우리 선배들은그 때를 기억하며 "우리도 저 때가 있었지.... 아직은 순수하네..."와 같은찰나의 회상과 함께 이 길의 어두운 면만 알려주는 모습은 사실 우리 HR 스스로 역할의 한계를 긋는 모습은 아닌가.. 싶습니다.
뭐, 맞습니다. 우리의 약점 = 상징성이 없다.
특히 HR은 우리를 대표할 만한 상징이 매우 부족한 것이 현실입니다. 국가공인 자격증은 노무사 밖에 없죠.
HR의 세부 직군은 이렇게나 많은데 말이에요. (각 분야가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내용은 나중에 할게요)
- 인사기획 - 평가보상
- 채용
- 교육
- 조직문화
- 노무
각 영역을 두루두루 "단순" 경험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영역별로 진지한 고민과 분석, 연구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모두 전문가 수준으로 잘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요?
다시 돌아와서 우리를 상징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은. 우릴 평가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가 없다는 것이고,
면접에서 평가 기준 역시 면접관의 경험에 의한 선호도나 철학으로 평가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유니콘 기업 출신 이력, 말로 나를 잘 포장하는 사람, HR관련 외부활동을 통해 레퍼런스를 많이 챙긴 사람이 경력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는 것도 개인의 주관적인 선호도에 의해 형성된 평가기준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다 보니, HR 이력서 보면, 평가보상은 기본으로 다 해봤다고 하는데.... 상황면접을 해보면, 똑같은 벤치마킹과 경우의 수들을 많이 느끼게 됩니다. 좁은 경우의 수가 마치 답인 것처럼 말이죠... 컨설팅 회사에서도 돌려쓰는 어디서 많이 본 장표, 진단활동을 자신의 성과로 기재하는 등의 경우도 비슷한 경우일 것입니다.
왜 남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처럼 포장하는 사람은 많아지고, 내 이야기를 할 줄 아는 HRer는 점점 줄어들까요. 저는 우리가 순수함을 잃어가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HRer 내 이야기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내 이야기로 만든 경우, 정해진 경우의 수에서 벗어난 질문을 선택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또는 상대방이 인사를 모르니 질문이 이상하다고 질문 자체를 비꼬기도 하죠.
경영진과 이야기를 많이 해보면, 생각 외로 다양한 철학을 가지고 있고, 철학을 기반으로 나타난 순수한 질문을 접할 때가 있습니다. 철학은 뒤로하고 질문의 예를 들어보면, 시장임금을 분석한 결과를 토대로 Pay-Band를 그려놓고, 우리의 보상정책을 설정하여 보고하였는데.
"가만있어보자.... 임금 구간 밖의 사람이 들어오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죠?"
"왜 Pay-Band를 그려야 하는 거죠?? 무슨 긍정적인 효과가 있어요??"
"Pay-Band 밖의 인재를 데려올 수 있다고 한다면, Pay-band를 그릴 필요가.. 있나요??"
"Pay-Band를 그려야 하는 매력적인 요소를 못 찾겠어요"
진지하게 조직이 처한 상황이 무엇인지 먼저 고민하고, 왜 Pay-Band가 우리 조직의 해결책이 되는지 원초적인 고민을 한 사람이 아니면 순수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할 수 있을까요? 꼭 이렇게 해야만 우리가 처해진 문제가 해결된다고 자신 있게 주장할 수 있을까요..?
다양한 경우의 수, 레퍼런스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합니다. 단, 그것을 가지고 내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 기획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려면, 우린 다시 순수해져야 합니다.
구성원이 만족할 수 있는 솔루션이 무엇일까.. 성과를 유도할 수 있는 방법은?... 동기부여와 관련된 논문은 무엇이 있고, 어디까지 연구가 되었을까.. 등등 고민과 연구할 수 있는 사람과 조직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제는 과거의 레퍼런스보다 현재에 대응에 초점을 맞추는 것. 다시말해서, 70~80년대 대기업의 어떤 "체계성" 보다 시대의 변화 흐름을 빨리 읽고 대응하기 위해 고민하고, 앞서가야 하는 "임의성"의 시대가 왔습니다.
HR이 가야 할 길은 이 임기응변 속에서 남이 정해놓은 답을 찾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변화를 대응하기 위해, 우리 조직을 연구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직의 상황은 매우 다르고, 구성원 중 한 사람만 튀는 사람이 있어도 어떤 교과서적인 방법이나, 일관적인 조직문화 모델을 적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즉, 조직이 가진 맥락을 파악하고, 그 고민을 해결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순수함을 가진 HRer, 순수함을 받아들일 용기를 가진 조직과 리더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