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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ug 13. 2020

사진을 기록한다는 것

망각을 거부하며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참으로 아름답고 소중한 행위이기도 하지만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은 서글픈 행위이기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여전히 과거에 묶여 사는 듯한 느낌이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기도 하다. 아름다움보다는 그리움이 더 크기 때문일까. 어쩌면 사진이라고 하는 것은 지나가는 시간을 붙잡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이 가장 강렬하게 투영된 것이 아닐까 싶다.
사진 정리를 하며 지난 시간의 조각을 하나 하나 돌아보고 있으니 정체모를 아련함이 밀려온다. 때로는 그 조각이 사뭇 날카롭게 느껴진다. ‘우리 이렇게 아름다웠구나’,’우리가 이렇게 행복했구나’ 하는 그리움이 심장을 찌르곤 한다. 사진 속의 그들은 지금쯤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한다.

내가 아닌 타인을 사진 속에 담는 행위는 그리움의 크기가 몇 배는 증폭된다. 나의 기억엔 존재하지만 타인의 기억엔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는 추억이기에 그렇다.
그럴때면 누군가와의 시간을 지우지 못하고 영원히 간직하는 듯한 기분이다. 마치 망각의 늪을 걷지 못하고 헤매이는것 같다고나 할까. 그러나 이 또한 ‘영원’의 모습을 빙자한 유한함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기억과 시간을 ‘잘’ 흘려보낸다는건 꽤나 멋진 일이다.
나는 부디 빛나던 추억이 여전히 빛나는 추억으로 남아있기를 바란다. 우리의 지금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함께 하는 모든 시간도 빛나기를 바란다. 그래서 훗날 지금과 같이 지금을 추억 할 때 여전히 빛나기를.
부디 과거를 탐닉하며 현재를 갉아먹지 않기를 바란다.
여전히 우린 기억하고자 하는 욕망에 시달릴테고, 그 속에서 모든 것들을 감내하며 끊임없이 흔적을 남길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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