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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Dec 14. 2020

아침이 오는 어려움에 대하여 2

헬레니움 꽃

지난 밤의 일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그녀의 침대 머리 맡 선반에는 헬레니움 한송이가 놓여져있었다. 흐린날에도 노란 꽃은 더 빛나고 있었다. 마치 시들지 않은 영원처럼. 적막이 짙은 고요한 밤을 지나 오늘도 어김없이 아침이 왔다. 어젯밤 그 일은 마치 꿈을 꾼것 같았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마치 생떽쥐베리가 사막한 가운데서 어린왕자를 만난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아이를 다시 만날 수있을까.


여전히 그녀의 새벽은 길었다. 다행히도 지난 밤은 악몽 없이 지나갔다. 아마도 그녀의 눈물을 헬레니움 꽃 한송이가 다 받아줬기 때문이 아닐까. 희미하게 기억이 나는 꿈 속에서 비가내렸었는데, 창문을 보니 꿈속의 그날 처럼 비가 내리고있었다. 쏟아지는 빗소리를 듣고있으니 왠지모를 안정감이 느껴졌다. 사람마다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녀에게 위로는 비오는날 그 자체였다. 낮은 층의 집으로 이사온 이유도, 비오는날의 빗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선명하게 듣기 위함이었다.


때로 비가 내리는 날이면, 늦은 새벽 우산없이 공원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기도했다. 그걸로도 위로가 안되는 날에는 우산 없이 걸었다. 피부로 느껴지는 차가운 빗줄기는 어떤 아픔이나 슬픔을 고스란히 아무말 없이 씻어주는 느낌이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면 그걸 충분했다. 한없이 포근한 느낌. 그리고는 꼭 두꺼운 입을 덮고잤다.


기억하고싶지 않은 것들을 애써 지우며 깊은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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