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제법 많이 온다. 잠깐 사이에 햐안 눈 세상이 된 도로를 보며, 오지도 않은 내일 아침의 고난단함을 생각했다. 후- 커다란 한 숨과 함께 짜증이 올라오려는 순간 가던 발걸음을 잠시 멈춰 내리는 눈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소복이 쌓인 눈이 위로 떨어지는 가로등 불빛의 반짝임이 살며시 인사를 건넨다.
일상에 치여 불평과 불만으로 얼룩진 하루를 보내거나 불현듯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어 지는 순간이 오면, 여러 감정들 사이에서 감사한 것들을 하나 둘 찾아내는 연습을 한다.
가령, 아까와 같이 눈의 아름다움에 집중해 본다던가, 팀원들이 정성스럽게 올려준 기획서 같은 것들을 차근차근, 꼼꼼히 시간을 들여 읽는다던가, 늦은 귀갓길에 집에 잘 들어갔냐는 누군가의 걱정 어린 연락을 한 번 더 되뇐다던가 하는 것들에 더 집중한다. 누군가의 시간을 귀하게 여기는 것은 지금 나에게 주어진 것들 중, 당연하게 여길 만한 것은 하나도 없다는 알아차림을 준다.
돌이켜보면 예전의 나는 아주 명확하게 개인의 성장과 성공에 목적을 둔 인간이었다. 해내는 것들이 늘어날수록 결핍은 상대적으로 커져만 갔고, 만족과 갈증은 늘 마주하는 수평선에 존재했다. 압박감은 조급함으로 형태를 달리하기도 했다. 그것의 이유는 단 하나였다. 주어진 것보다 주어지지 않은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았으며 주변을 전혀 살피지 않았다는것. 그리고 그것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스스로를 갉아먹었다.
감사한일인지 신기한 일인지, 여러 일들 속에 달라진 점은 나의 모든 도전 안에 ‘함께 성장’이라는 키워드가 생겨났다는 것이다. 쉬지않고 갉아먹히던 일을 멈췄다. 물론 이끌어가야 할 무언가가 많아질수록 부담과 책임감은 늘 감정의 발목을 잡는다. 당연히 개인의 목표에 도달하는 속도 역시 늦춰질 수 밖에 없다. 이기적인 욕심들이 불쑥불쑥 고개를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의 수명이 짧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느려도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나의 변화가 세상과 맞물릴 수 있도록 매 순간 기억하려 노력한다.
이기적인 삶에서 이타적인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이 삶 전반에 걸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온 몸으로 경험해본다. 삶에 또다른 삶이 들어선 순간, 그것은 자신의 일상에 더 최선을 다해 살아가게 되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여전히 여러 감정들 사이에서 감사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에는 연습이 필요하다. 인간은 언제나 감정의 목마름을 느끼기 때문에 아주 쉽게 자신과 감정을, 그리고 어떠한 자화상과 자신을 동일화시킨다.
잊지 말아야하는 것은 눈덩이 같은 감정이라 할지라도 언젠간 따뜻함에 녹아내린다는것.
시린 겨울에 다시 한 번, 그 어느 것도 혼자의 힘으로 해낸 것이 아니었음을 기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