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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Mar 17. 2021

나에게 좋은 리더란

마음이 조급해지다보면 시야가 좁아지는 순간이 생긴다. 생각과 감정이 쪼그라든다고 해야 할까. 아주 쉽게 무너지고, 포용력이 사라지도 한다. 가장 무서운건 이성보다 감정이 먼저 나선다는 것이다.


얼마전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했다. 나에겐  여전히 어려운 질문이다. 과거에는 열심히 잘하고 능력이 뛰어나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몸과 영혼을 갈아 넣어 무조건 모든 책임과 무게를 짊어지는 것. 완벽에 가까운 모습으로 보여지는 것. 그래서 나의 불완전을 숨기기 위해 무던히도 애썼다. 그럼 알아서 따라올것이라 생각 했다. 하지만 아주 큰 착각이었다. 오히려 단단히 쌓아올린 벽을 더 두껍게 만들었다. 어쩌면 내가 만든 벽이 많은 이들을 떠나게 했을지도 모른다.  좋은 가치관을 가지고 열정적으로 하면 사람들이 알아줄거라는 오만으로 똘똘 뭉친 인간이었다고나 할까. 몇 번의 경험은 이런 오만을 단숨에 무너트렸다. 내가 아무리 좋다고 생각하는 것들도 누군가의 마음이 더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들 그제야 조금씩 알아갔다. 공적으로 그들에게 나는 멋진 리더일수는 있었겠으나 사적으로 좋은 리더였는지는 의문이다. 아니, 돌이켜보면 좋은 리더는 아니었던것 같다.

 

어쩌면 진정성과 따뜻함은 별개 일지도 모른다. 내가 진심을 다해 일을 한다해도 그 안에 사람을 향한 따뜻함이 없다면, 금방 들통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에 온기가 부재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나마 알았다. 지극히 공급자의 위치에만 서있는 리더였다고나 할까.  따지고보면 나는 수요자의 입장에 있었을 때가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위치라는게 사람을 참으로 이상하게 만든다. 모든 리더가 그러하듯 자신과 같은 마음이길 바라지만 사실 그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래서 무던히도 그 사이에서 감을 잃지 않기 위해, 온오프를 유연하게 하기위해 노력한다. 내가 하는 말과 행동이 어떻게 비춰지고 해석될지, 혹은 나의 마음이 올바르게 전달되고 있는지 대해 끊임없이 돌아본다.


스스로가 만든 책임감을 견뎌내지못해 무너지는 나를 보며 시간이 지날수록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달아갔고, 그렇게 하나둘 내려놓은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조금 미숙하고 서툴더라도 나를 솔직하게 드러내는것.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같은 방향을 향해 함께 하는 것. 그 밑바탕에는 존중과 관심, 소통이 함께하는것.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누군가가 팀원들에게 일을 잘 분배하는 리더가 똑똑한 리더라고 했던 말이 생각난다. 때로는 '함께' 일을 '잘' 해내기 위해서 전체보다는 그 안에 속해있는 한명 한명에게 관심이 필요할 때가 있다. 가끔 리더의 위치에 있다보면 그런 소중함을 잊곤한다. 각각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얼마나 큰 일을 해내고 있는지 까먹는다. 


난 여전히 어떻게 해야 좋은 리더일 수 있을지 매일 같이 고민한다. 다양한 선택의 순간을 마주할 때 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는데 많은 에너지는 쓴다. 존경받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관계속의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조율을 굉장히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 인간적인 면모에서 풍겨나오는 단단함. 논리와 이성이 범주에서 벗어나 정서와 감성의 영역까지 신경쓰는 것.


나는 여전히 좋은 리더는 아니다.

어떻게 타인과 소통을 하고 그 안에서 진심을 전해야하는지에 대해 미숙하다. 이런 미숙함 속에서 일과 삶을 떼어낼 수 없다면 공적인 영역에 사적인 온기를 한방울씩 떨어트려본다. 힘겹게 짊어지고 있던 무게를 어떻게하면 지혜롭게 함께 나눌 수 있는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나의 믿음에 누군가의 믿음이 더해지기 위해 조금 더, 애써보는것. 내가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할 수있는 최선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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