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이 내려앉은 새벽은 세상의 모든 고요를 집어삼킨 듯했다. 터벅터벅 먼 허공을 바라보며 길을 걷나 빨간불이 반짝이는 사거리에 우두커니 멈춰 섰다. 공간의 인지는 무너진 지 오래였다. '삐익-!' 고요를 깨트리는 경적 소리에 흠짓 놀라 도망치듯 도로를 벗어났다. 거칠게 내뱉는 호흡은 습기 가득한 공기가 뭉그러지듯 섞여갔고, 나는 그렇게 자리 서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타성에 젖는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이가 하면, 몸의 기억에 갇혀 목적을 잃어버리는 일이다. 삶의 시간을 끊임없이 흐르지만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소가 되어있는 것과 같다. 언제부터인가 아침에 일어나 행하는 기계적인 일련의 행위에 무언가를 잃어버린 듯했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지나가는 차주의 험악한 몇 마디 그렇게 타성의 고요함을 깨트렸다. 쿵. 쿵. 새벽의 고요함 속에 홀로 강하게 울리는 심장을 고통스럽게 움켜쥐었다.
내가 잊고 있던 것.
타성에 젖을 일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하면, 몸의 기억에 갇혀 서서히 의미를.
'의미'를 잃어버리는 것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