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 부에노스아이레스
스카이다이빙.
인생 버킷 리스트 중의 하나였다. 15살 무렵이었던가 처음으로 번지점프를 하고 그 느낌을 잊을 수가 없어 언젠가는 꼭 하늘을 날아보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꿈을 가득 안은 채 부에노스 아이레스(Buenos Aires)에 도착했다. 여행 막바지, 부족한 자금에도 불구하고 현금을 탈탈 털어 스카이다이빙을 예약했다. '조금 덜 먹지 뭐!' 그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다.
미팅 장소에서 비행장까지 약 한 시간 반. SKY DIVE라고 적인 작은 비행장을 보고 나서야 '드디어 한다!'하고 소리를 질렀다. 첫 번째로 뛴 친구가 저 멀리서 연신 'Great!'을 외치며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채 걸어왔다. 너도나도 어땠냐며 질문하기 바쁘다. 친구의 후기를 듣고 있으니 그제야 스카이다이빙장에 와 있는지를 실감했다. 내 이름이 불려지는 순간. 쿵쾅. 쿵쾅. 버튼이라도 눌린 것처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머리와는 다르게 잔뜩 힘이 들어간 어깨를 크론 아저씨가 톡톡 두어 번 토닥였다.
"Don't Worry!"
나도 모르게 긴장하고 있었나 보다.
비행기를 타고 15분 정도 올라갔다. 고도 약 3,000피트. 드넓은 육지가 눈앞에 펼쳐졌고, 나는 하늘 위였다. 어른 4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작은 이 비행기가 마지막 안식처라는 사실에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 하늘로 조금 더 올라갔다. 높아진 대기에 추운 공기가 느껴졌다. 곧이어 비행기 문이 열렸고 거센 바람이 비행기 안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왔다. 인사할 틈도 없이 앞 팀이 뛰어내렸다.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내 차례가 왔다. 두 손을 가슴에 모르고 몸을 뒤로 한껏 기댄 채 하나둘 셋!도 아닌 하나! 에 뛰어내렸다. 그것은 엄청난 찰나였다. 처음 1~2초간은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윽!" 외마디 비명과 함께 정신을 차리고 떨어지는 속도에 적응했다. 그다음은, 그렇게도 꿈꾸는 하늘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자유낙하' 말 그대로 자유를 만끽했다. 왜 종종 사람들이 환생하면 하늘을 나는 새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하는지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했다. 간질거리는 심장, 온몸으로 느껴지는 중력의 저항, 저 멀리 끝없이 펼쳐진 대지. 그리고 무언가로부터의 해방. 공포와 희열 그 사이 어딘가에서 아찔함을 넘어선 무언가가 온몸을 감쌌다.
오늘의 복잡한 생각을 모두 던져버리기라도 하듯 두 팔을 힘껏 벌렸다. 떨어지는 순간이 왜 이렇게 짧게만 느껴지던지. 촤르륵 소리와 함께 낙하산이 펼쳐졌다. 땅에 발이 닿자마자 나도 모르게 너털웃음이 났다. 크론이 괜찮냐 물었다.
"Muy Bien!!“
엄지손가락을 척 올려 보였다.
진정되지 않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계속 웃었다.
쿵쾅. 쿵쾅. 또 하나의 버킷 리스트를 해냈다.
한 번 더. 그래, 한 번 더,
나의 생에 겁 없이 뛰어들어도 괜찮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