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그라나다
대도시보다는 소도시 여행을 더 선호한다. 작년이었던가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저렇게 매력적인 곳은 도대체 어디지?'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드라마 속에 나왔던 그곳에 지금 내가 있다.
그라나다(Granada) 현재와 중세, 아랍과 유럽이 공존하는 스페인의 작은 소도시.
그라나다는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랑스러운 도시다. 작고 언덕이 많은 이 도시가 왜 그렇게 느껴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곳과의 만남이 짧아서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라나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타파스(Tapas)다. 어느 가게를 가던지 음료를 시키면 타파스가 무료로 제공된다. 아기자기한 건물들 사이에 숨어있는 타파스 맛집을 찾아다니는 것도 그라나다 여행의 묘미 중 하나다. 해가 질 때쯤 식당에 가서 낮술 한 잔에 타파스를 먹고 나올 때면 어두워진 밤거리 사이로 아름다운 조명이 켜진다.
뉘엿뉘엿 지는지는 노을이 참으로 예쁜 날이었다.
나의 생도 그렇게 예쁘길 바랐다.
나는 가끔 인생이 영화나 드라마와 같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누구나 꿈꿀법한 로맨스나 기적 혹은 행운 같은 것들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는 그런 현실감 떨어지는 삶 말이다.
내 생의 순간 중에도 영화 같은 날들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기억의 세계에서 아주 잠시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돌이켜보니 소소한 순간들의 기억들을 인사를 해왔다. 기적 같은 타이밍으로 놓칠 뻔했던 기차가 있었다던가, 운이 좋게 새똥을 피했다던가, 또는 며칠 전 헤어졌던 친구를 다른 도시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던가 오래전 보았던 드라마 장면에 눈앞에 오버랩 된다던가 하는 그런 영화 같은 우연 속에 살아가고 있었다. 팍팍하기만 하고 운이라곤 없을 것 같았던 삶에도 드라마는 언제나 존재했다. 그저 발견하려 하지 않았을 뿐.
"¡Qué hermoso!"(너무 아름다워!)
언제부터인가 감동적인 장면을 마주할 때면 눈물이 났다. 옆에서 동생이 주책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선글라스를 챙겨 썼다. 띤 또 데 베레노(Tinto de Verano)한잔을 마시며 웃었다. 입안 가득 상큼함이 퍼졌다. 이토록 드라마틱한 생이 또 있을까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