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정의

프랑스 : 파리

by 나린

이번 파리 여행에서는 최대한 많은 미술관과 박물관을 가는 게 목적이었다. 예술가들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이곳에서 점점 비어져가는 영감(inspiration)상자를 가득 채워볼 생각이었다.


미술관으로 가기 전 한 손에 치즈가 가득 들어간 파니니와 다른 한 손에는 맥주를 들고 에펠탑이 보이는 공원 벤치로 향했다. '오늘은 누구의 삶을 엿볼 수 있을까'라는 기대감으로 이리저리 미술관 리스트를 살펴본다. 괜스레 나도 예술가가 된 것만 같은 기분으로 파리의 낭만을 만끽한다. 물감과 캔버스는 없지만 글로라도 지금의 설렘을 표현하고싶어 핸드폰을 꺼내어 들고 떠오르는 단어들을 무작정 적어내려 갔다.


환희, 기쁨, 비, 자유, 상상, 천국, 각진 세상, 영혼

거울, 낭만, 벤치, 잔디, 흉터, 차가움, 즉흥, 열정, 그리고......


한참을 써 내려가다 손등 위로 빗방울 하나가 떨어졌다. 흐린 날의 파리. 머무는 내내 단 하루로 맑은 날이 없었지만 이 마저도 운치 있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무언가에 씌어도 단단히 씐 게 분명했다. '창작은 고통의 순간에 더 빛을 발한다.'는 얼토당토않는 말을 끼워 맞춰 본다.

누군가 삶을 그림으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추상화를 택할 것이다. 온갖 곡선과 직선, 강렬한 색채가 가득한 그런 추상화 말이다. 추상화는 그리는 추제가 주인공이 된다. 내 영혼의 해석, 감각의 표현, 보는 이에 따라 달라지는 의미. 그것은 마치 우리의 삶과 닮이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 어떤 것에도 구애받고 싶지 않았으며, 형용할 수 없는 내적 울림과 자유분방함, 그 속에서 탄생하는 모든 것을 포착해 한 폭의 캔버스화에 쏟아내고 싶었다. 뜨겁고 열정적이게. 하지만 섬세하게. 그냥 그렇게 살고 싶었다. 누군가는 이것을 불안이라 칭하기도 했지만 상관없었다. 완벽하진 않아도 완전하고 싶었다. 온전히 나답게.

이곳 파리의 미술관에서 만난 그의 그림들은 단번에 나의 마음을 울렸다.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삶을 그려낸다. 작은 원안에, 길고 긴 선 끝에, 각진 네모 안에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들을 적당히 그리고 적절히 섞어 저마다의 역할을 부여한다. 얼마만큼 덜어내고 담아내어야 예술성이 있는 것인가. 그것은 붓을 들고 그리는 이가 정하기 나름이다. 손짓 하나에 영혼을 담아 그려내는 것 그뿐이다.

'아-이것이 바로 예술이로구나.'

삶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 복잡한 이유는 너무나도 많은 것들을 담아내려 하기 때문이다.

자유, 그저 자유롭게 그리면 된다.


"예술에서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은 없다. 예술은 자유니까." -바실리 칸딘스키

매거진의 이전글내가 여행을 사랑하는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