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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Jan 26. 2023

진실의 전쟁터

전쟁의 속성은 죽음이 따라온다는 것이죠. 아파요. 아직까진 아픈 것 같아요.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겁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의 생존 즉, 죽음과도 같은 두려움과 불안이니까요. 무섭다는 단어에 담을 수 조차 없는 거대한 삶입니다. 현재를 직면이 어려운 이유죠. 어떻게 해야 사랑하고 용서할 수 있을까요. 저는 스스로를 미치도록 증오합니다. 이것은 어쩌면 오만일지도 모릅니다. 매 순간 한계를 부딪히니까요. 틀이나 벽은 갇혀있다는 걸 확인사살할 뿐이죠.


정말일까요. 이 안에 힘이 있을까요. 빛이 있을까요. 끝없는 의심 속에 확신은 사라지고 경멸과 죄책감만이 남아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더 나약한 존재였네요. 끊임없는 추락, 존재에 대한 미안함. 최상화 maximizer라는 목줄을 메고 끌려갑니다. 돌이켜보니 그것은 나의 손이었습니다. 독이죠. 그것은 모순일 수밖에 없어요.


부는 바람과 거리를 지나다니는 자동차, 티브이소리, 숨을 쉬는 공기. 세상의 모든 것이 가시가 되어 돌아옵니다. 거짓은 칼날이 되어 심장을 지르고 진실을 갈구합니다. 시련이나 극복이란 단어 자체가 사치죠. 그래도 전부가 거짓은 아니었어요.


평화는 어디에 있나요. 놓치고 있던 것들을 기억해 낼 수 있을까요. 갈기갈기 가슴을 찢습니다. 그래야만 해요. 처절하게 만나야 한대요. 고통에 몸부림을 칩니다. 그래서 전쟁터에서는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죽음이 따르니까요.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을 제 손으로 죽이는 거죠.


어떻게 하고 싶냐 물었죠. 저의 장례식에서 눈물은 아주 잠시만 흘려주세요. 그 대신 가장 신나는 음악을 틀고 함께 모두가 춤을 춰 주셨으면 좋겠어요.


주변엔 저의 행복했던 순간들의 사진을 함께 준비해주셨으면 해요. 제가 가장 사랑한 저의 글 한 구절을 읽으며, 그렇게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각자의 순간들을 기억해 주세요.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포트와인을 한 잔씩 마셔주세요. 그렇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그 누구보다 빛났고, 누구보다 온 마음을 다 해, 이 생을 열정적으로 사랑했던 한 사람으로요.


어쩌면 진실 또한 전쟁의 속성일지도 모릅니다. 치열하고, 또 치열하니까요. 하지만 쉽게 그 사실을 알긴 힘듭니다. 죽어가고 있는 중엔, 아무것도 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죽음을 슬퍼하기보다는, 살아온 날들에 위로와 박수를 보내며 함께 웃어주세요. 그리고 사랑했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주세요. 마지막으로 지금 이 순간 함께 하는 이들의 눈을 바라보며, 서로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슬픔보단 사랑이 넘치길 바랍니다.


그렇게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눈은 감았지만 가슴은 열릴 거예요.”

-영화 버킷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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