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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린 Apr 10. 2023

일상에 철학 한 스푼

성숙해진다는 것은

성숙의 척도는 많은 경험도, 많은 지식도 아닌 얼마나 자신의 삶을 알아차리느냐에 달려있다.  


자신이 내뱉는 말과 행하는 행동들과 선택들을 인식하고, 더 나아가 자신의 삶 전체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바라보는 것. 결국은 자신에게서 한 걸음 벗어나 제 3자의 시선으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익숙한 패턴 속에서 눈앞에 보이는 것들을 전부라 여긴 채 순간의 감정과 나를 동일시 여기는 삶은 마치 어린아이처럼 주도성을 잃은 것과 같다. 다른 의미에서 그저 머물러 있는 존재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많은 이들이 범하는 오류는 삶을 ‘내’가 선택했다고 생각하지만 엄연히 따지면 진짜 ‘나’의 선택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 선택 안에는 무수히 많은 외부의 시선과 기준이 존재한다. 설령 그것에 반反하는 선택이나 더 나은 선택을 했을지라도 말이다. 끊임없이 우위를 따지고 비교하며 타인과 다르고 싶다는 욕망 자체가 어떤 대상으로부터 출발한 것일 테니. 그래서 진짜와 가짜의 차이를 구별하고 그 속에서 진짜를 찾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둘은 생각보다 훨씬 더 한 몸처럼 붙어 있기 때문에... 정확히는 같은 얼굴을 하고 있으니. 일종의 자가 복제품처럼 내가 아닌 것들이 나의 행세를 하면서 사는 것이라고나 할까.


이렇듯 가짜인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이유는 용기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생각보다 겁이 많다. 보기 좋게 포장된 것과, 보기 좋게 꾸며진 가면을 벗을 용기도 없을뿐더러, 누군가 대신 짐을 지어주길 바라니까. 그래서 이미 결과가 보장된 것들을 택하게 된다. 무엇보다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 줄 여러 이유들에 타당성을 부여해야 하니까. 그것을 놓아버리는 순간 자신의 세계가 흔들릴 거라는 불안이 따라오니까. 그래서 더 어렵다.


그런 가운데서 진짜, 즉 '본질'을 알아차리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가장 귀찮아하고 불필요하다 여기는 질문들을 하는 일이다. 사유하는 만큼 나의 것이 되고, 깊이 파고들수록 진짜를 발견할 테니.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나’의 삶이 될 테니. 우리가 하는 모든 질문들의 목적은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함이어야 한다. 인간에게 ‘의미’는 영혼과 같다. 그래서 ‘의미’가 결여된 삶은 텅 빈 공허를 남길뿐이다. 로봇에게 영혼이 없듯이.


결국 성숙한 인간이란 삶의 의미를 발견하였는가 발견하지 못하였는가로 귀결된다. 그래서 삶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이며, 인간이란 고여 있는 존재가 아닌 계속해서 새로워지고 성숙해지는 존재이고, 끊임없이 변화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자신을 직면하는 과정에서 외면하고 회피하고 싶었던 것들을 바라보고 익숙한 패턴으로부터 벗어나길 용기 있게 택하는 것.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자신의 세계를 기꺼이 깨부술 수 있는 것. 이 모든 것은 질문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것이 인간으로서의 성숙도를 결정한다.


어떤 내가 될 것인가.

기꺼이 선택하는 자유.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기꺼이 뛰어들 만한 가치 있는 의미.


결국 우린 어떻게 성숙한 어른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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