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이 울렸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무작정 앞을 향해 달렸지. 얼마나 달렸을까. 누군가의 발에 걸려 넘어졌어. 데굴데굴 굴렀지. 무릎이며 얼굴이며 성한 곳이 없었어. 아픔이 채 느껴지기도 전에 어깨치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쓸려 다시 한번 넘어졌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 자리 주저앉아 하염없이 우는 거였지. 하지만 그 누구도 나를 보는 사람은 없었어. 모두가 앞만 보고 달려야 했거든. “
달리기가 빠른 사람들은 어느 순간 가속도가 붙어버리면 그 속력을 주체하지 못하게 되잖아. 브레이크를 잡아야 하는 타이밍을 놓쳐버리고 큰 사고를 당하게 되지.
삶도 비슷해.
속도가 빨라서 남들보다 앞서가는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자신의 속도를 컨트롤 할 수 없어지는 순간이 오는 거야.
어릴 땐 빠른 게 좋았어. 남들보다 빠르게 박수를 받고 인정을 받으면 세상을 다 얻는 것만 같았거든.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그 속도에 무뎌지기 시작하더라. 그래서 느리게 달리는 것을 견딜 수가 없는 거야. 그래서 더 빠르게 달리지 못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기 바빴어. 턱 끝까지 차오르는 숨을 참으며 거친 호흡을 내뱉었지. 그리고 다시 달렸어. 하지만 달리면 달릴수록 결승선은 눈에서 멀어졌어.
심하게 넘어진 후에야, 피로 잔뜩 물든 뒤꿈치를 보고 나서야 깨달은 거야. 이젠 달리고 싶어도 달릴 수 없다는 것을.
세상 여기저기에서 모두가 빠르게 달려야 한다고 이야기해. ’ 빠르게 돈 버는 법‘, ’ 빠르게 성공하는 법‘, ’ 빠르게 고통에서 벗어나는 법‘
빠르게. 빠르게.
과연 빠르게만 가는 게 맞을까. 그게 정말 맞을까. 난 여전히 저 멀리 앞서 달리는 누군가를 보며 불안에 떨어. 그리고는 나를 앞질러가는 누군가를 따라잡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전력질주를 하지. 넘어진 누군가를 보아도 아는 체를 해서는 안돼. 내가 그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거야. 눈을 감고 귀를 막지.
멈추고 싶어. 고장 난 브레이크를 고치는 방법은 하나야. 직접 몸을 부딪히는 것. 물론 아프겠지. 스스로 몸을 틀어 결승선이 아닌 다른 곳을 향해 가야 하니까. 온 힘을 다해 방향을 틀어야 하거든. 그리고 그곳은 어쩌면 낭떠러지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멈추고 싶다면 그래야 해. 고장 난 브레이크를 과감하게 포기하는 거야.
절벽이라 생각해 애를 쓰며 멀어지려했던 그곳이 사실은 또다른 세계일지도 몰라. 감았던 눈을 뜨고, 닫았던 귀를 를 열고, 얼었던 마음을 녹이며 그 세계로 기꺼이 달려가 보는거야.
그곳에선 더이상 달리지 않아도 될지도 모르지. 날아 오를 수도 있단 뜻이야.
다시 한번 총성이 울렸어. 어떻게 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