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들의 밤

청춘의 여백

by 나린

그녀가 처음으로 내 앞에서 울었다. 반가웠다.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게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 말하던 그녀는 도망치듯 화장실로 향했다. 이내 곧 눈물 자국 가득한 얼굴로 돌아온 후 미안하다고 했다. 정말 미안해야 하는 게 뭔지도 모른 채.


"괜찮아. 지금까지 남들에게 미안했던 시간만큼 너에게 미안해해."

달달한 막걸리 한 잔에 쓰디쓴 눈물 한 방울, 묻어뒀던 시간 한 스푼, 힘들었던 감정 두 스푼. 그리고 쌓여가는 휴지 조각들. 미안함 반, 반가움 반, 안쓰러움 반. 이렇게 모이고 모인 불안의 요소로 가득 찬 밤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 경청이 몸에 베어있었다고나 할까. 그리고는 나즈막히 몇마디를 건네고서는 너에게 하는 이야기가 스스로에게 하는 이야기였다는 말을 했다. 지금 나도 내 앞에 앉아있는 너를 통해, 나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거였다.

울어도 된다고 아파도 된다고 감추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살면서 단 한순간쯤은 스스로에게 그런 날을 허락해도 괜찮지 않을까.

“적당히 아프고 적당히 웃고 적당히 만나는 그런 일상이 때론 스스로를 파괴시키고 있던 걸 지도 몰라. 어쨌든 적당히라는 단어 속에 감추고 눌러왔던 순간들이 늘 존재했을 테니까.”

괜스레 나도 한번쯤은 이성적이고 언니 같은 모습이고 싶다며 되지도 않는 위로를 한 보따리 쏟아냈다. 감정을 증폭시키는 위로 속에 적당히 농도를 맞춰주는 장난과 농담도 함께였다. 우리만의 방식이었다.

어둠이 내려앉고 달이 지고 아침이 오늘 새벽 어스름, 그렇게 하하호호 웃으며 거리를 누볐다. 한적하고 텅 빈 이 거리의 한 모퉁이를 의자 삼아 앉았다. 힘이 풀린 다리, 흔들리는 별빛, 서글프지만 행복한, 미처 풀어내지 못한 것들을 쏟아내기에 충분히 넓고 깊은 밤이었다.

누가 미쳤다고 해도 괜찮다.
오늘은 ‘우리’의 밤이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