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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mes Kim Oct 09. 2019

(뜬금포) 망해가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

이커머스 CMO James Kim의 이커머스 최종 정리

제목을 너무 자극적으로 뽑은거 아닌가?


맞다. 뭐, 별 수 있나 요즘 세상 이정도는 되어야 눈길이라도 가지.


그렇다고 거짓은 아니다. 회사의 매출 규모나 트래픽 총량의 트렌드로 봐서, 그리고 줄어가는 자금 잔고의 상황으로만 봐서는 우리는 분명 '망해 가는' 회사다.


 우리회사는 '16년 10월에 온라인 세상에 그 이름을 드러냈고, 지금은 운영 햇수로 4년차, 만 3년차의 영업 기간을 가진 이커머스 사이트다. 글은 한국말로 쓰고 있다만, 우리 회사는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오픈한 해외 현지인들을 위한 사이트다. 왜 우리는 이렇게 되었고,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기로에 선 지금 시점에서 라이브한 이야기를 전한다. 


 일단 성격급한 독자를 위한 답부터. '망해가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말해 뭐해. 온갖 글로벌 용어로 된 욕들을 다 갖다 붙여 내뱉어 봐도 안개 자욱한 머릿속이 개운해 지지 않는 그런 기분. 미세먼지 최악인 도심 한복판에서 마라톤 경기를 뛰어야 하는 그런 기분. 산소통 들고 잠수를 시작했는데, 꽤 깊은 수심에서 산소가 거의 없음을 알아챈 그 기분. 여튼 이런 종류의 온갖 극한 상황을 가져다 붙여야 비슷한 기분을 형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커머스로 우리 사업을 오픈 할 당시의 여기 시장상황은 두드러진 이커머스 몰이라는 것이 거의 없었다. 시장은 전세계 유례없이 급성장 중이고, 이커머스는 무주공산! 적당한 자금력과 적당한 인재를 보유한 우리 회사는 이 시장에 진출을 결심하고 용기백배, 용기탱천의(아..옛날사람 말투다.) 기세로 사업을 전개한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시작부터 삐걱대는건 너무 절망적이지 않은가. 다행이도 우리는 그렇지는 않았다. 일단 충분한 돈이 있었고, 한국 시장에서 그래도 어느정도는 먹어줄 만한 경력들을 가진 사람들과, 합리적인 비용으로 꽤 괜찮은 시스템을 구축해 두었다. 현지에서 꽤 경력있는 직원들을 채용했고, 이런 덕분에 빠른시간안에 어느정도의 모습은 갖춰 나갈 수 있었다. 셀러와 SKU 숫자가 넉넉해 지기 시작했고, 매출 외형은 매월 50% 이상씩 신장해 나갈 수 있었고, 트래픽 양도 지출하는 비용만큼 쭉쭉 늘어가기 시작했다. 


 위기는 채 1년이 지나지 않아 찾아왔다. '17년이 되었을때, 세계 어디나 그렇듯이 여기도 중국 자본이 본격적으로 밀려들기 시작한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많이 볼 법한 얘기들이다. 


중국 자본이 몰려온다

그게 뭐 어쨌다고. 뭔가 6.25 때 인해 전술의 트라우마 때문인가, 본능적으로 중국의 뭔가가 몰려온다 하면 위기감이 먼저 든다. 요새는 황사가 그렇겠구나. 아무튼, 이 표면적 멘트의 뒤에 숨겨진 어마어마한 의미를 여기서 사업하면서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고맙다, 중국. 덕분에 인생의 교훈을 하나 더 얻어간다. '중국은 피하든지, 이용하든지.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 그런데 이용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라면, 이거 참 곤란해 진다. 우리가 그랬다. 우리가 중국으로 부터 자본을 받아 사업을 할 형편이 못되는 이상, 일단은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조 단위로 쏟아붇는 자금력 앞에, 그에 비해 새발의 피도 안되는 돈으로 맞서 싸운다는건 불가능 그 자체였다. 조금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그들은 셀러에게 마진을 '0'로 선언했고, 모든 배송을 무료로 했다. 물론 프로모션 개념이지만, 꽤 오랜기간 이 프로모션은 상시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정책 같은 개념으로 유지되었다. 셀러한테 받을 마진을 없애면 수익이 없고, 배송비를 없애면 비용이 늘고. 이게 말이냐 방구냐. 사업을 어떻게 한다는 건지. 물론 그들의 속내는 따로 있다. 그리고 수익 모델 이라는 것도 셀러 마진에 의존해 거기서 비용을 제하는 방식으로 만들지 않는다. 하지만, 그들의 속내가 어떻든 지금 우리의 자금 수준에서 할 수 있는 사업모델이란게 우리는 결국 셀러한테 받은 마진으로 나머지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건데, 이게 근본적으로 불가능해져 버린 것이다.


상품을 바꾼다.

 오랜시간 고민할 틈이 없었다. 빠르게 결정하고 움직이지 않으면, 그대로 고사할 판이었다. 결국 우리는 판단할 수 있는 여러 옵션중에, 카테고리를 축소하고 한 곳에 집중하여 승부를 보는 전략으로 방향을 바꾸기 시작했다. 온갖 것을 다 파는 온라인 사이트로 싸우기엔 가격경쟁에서 이길 방도가 없으니, 한 곳에 특화된 사업전략으로 바꾸고, 고객도 그쪽으로 확실한 인지를 쌓아 오가닉과 다이렉트 트래픽을 늘려 나간다는 전략이었다. 전략의 일부 수정. 

 

 결과는?


 제목에서 미리 스포 했으니, 물을것도 없지. 실패했다. 그렇게 1년여 간을 전략 변경하여 운영했고, 셀러로 부터 오는 마진 수익률은 다소 개선 시킬 수 있었다. 패션의 카테고리 마진이 다른 카테고리 보다 높고, 어느정도는 해당시장에서의 인지를 만들어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용을 줄이는데 실패했다. 전략 변경에 따라 소요되는 비용은 많은데, 투자를 할 수 없으니 앞으로 더 나아가지 못했고, 전략변경만큼 카테고리별 매출 구성비의 변화도 드라마틱 하게 만들어 내지 못했다. 고객에게 특별한 인지를 주는 사이트를 만들겠다는 점은 좋았지만, 현실에서는 우리 사이트의 이름이 주는 이미지가 먼저 진출해 자리 잡은 같은 그룹에 있는 다른 사업체의 이미지에 겹쳐, 아무리 좋게 봐줘도 적당히 품질 좋은 패션 상품을 파는 곳으로 보이는 면도 한 몫 했다. 왜 이런 점들을 사전에 고려하지 못했을까 싶지만, 당시의 상황으로 놓고보면 이런 부분은 사업 방향을 바꿔야 한다는 지상최대의 당위 앞에서는 작은 돌뿌리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었다. 결론은 그 돌뿌리에 걸려 너머지고 말았지만 말이다. 


 그렇게 '18년 까지 보내고 난 후(이 때까지 매출은 연 100억 정도, 월 트래픽은 최고 5백만 수준), 이제 하나 더 고려해야했다. 시장과 더불어 통장 잔고의 문제. 시장은 중국의 1,2위 이커머스 회사로 부터 투자 받은 두 개의 회사들이 점령해 나가고 있고, 현지에서 오랜시간 자리잡아 온 한 회사도 역시 외부 투자를 유치해 같이 전쟁을 벌이는 각축전이 계속. 우리는 자금의 2/3 를 이미 소진했고, 현 상황에서 계속 이 방향을 고수해 나가자면 우리가 처음 시작했던 자금 보다 더 많은 돈을 끌어와야 하는 상황. 


 아, 그 와중에 망해가는 회사가 언제나 그렇듯이, 한국에 있던 모회사가 몇 차례 이전된다. 잘 되는 사업은 다 가져가고 싶어하지만, 안되는 골칫덩어리 사업을 누가 책임지고 가져가고 싶겠나. 당연한 결과지만, 여기서 피터지게 싸우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는 지원 사격을 요청하려 해도 누구한테 요청해야 하는지 애매해지는 상황 속에 계속 놓이게 된다. 


 그래서 이제, 한번 더 회전.

 이번엔,

 상품과 서비스를 바꾼다.

 계속 바꾸는게 잘못은 아니다. 비록 대기업의 핏줄이지만, 사실상 우리 사업체는 스타트업과 같은 성질을 많이 띄고 있고, 그에 따라 상황에 맞게 빠르게 대처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는 너무 많은 것들을 버리고 바꾸어야 하는 결정들을 계속해서 내려 왔다는 점이다. 핵심역량을 강화하거나 보완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해 나가지 못한 것이다. 다시 생각해 보면 달라질 수 있는 문제냐 하면 사실 그렇지도 않다. 우리는 항상 그 순간 할 수 있는 최선의 결정을 했다고 믿고 있고, 누구든 다른 결정을 할 수는 있었겠지만 어떤 점도 확실한 우열을 가리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여튼, 이번 결정은 상품과 서비스를 바꾸는 것이었다. 상품은 패션중심에서 다시 그로서리 중심으로 바꾼다. 이유는 아까 걸려 넘어진 돌뿌리가 너무 아프기도 했거니와, 그래서 결국 그 네이밍이 주는 이미지에 맞는 상품군에 집중하기로 한 것. 또, 이게 글로벌 트렌드 에서도 일치하는 맥락이 있기도 했기 때문이다. 아마존 프레시나 마켓컬리 새벽배송, 쿠팡 새벽배송 같은 온라인 그로서리 마켓이 한창 주가를 높이는 중이었고, 현지에 아직은 그 시장이 형성 전이었다. 그러니까 이렇게 바꾼다고 할 때, 필요한 것은 바로 상품 측면에서의 그로서리 파트의 강화, 서비스 측면에서의 배송 서비스망 구축 두 가지였다. 


 음..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수도있지만, 사실 이렇게 바꾼다고 할 때, 뒤에서 갖추어 져야 할 필요 역량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우리는 상품을 이미 갖추고 있긴 하지만, 훨씬 더 많은 신선 그로서리 셀러를 확보해야 했고, 규격화된 틀을 갖추기 위한 컨텐츠 관리 전략도 있어야했다. 또 배송서비스망을 이미 갖추고 있었지만, 신선 직배송을 위한 배송 방식과 우리 서비스 커버리지를 대폭 수정해야했다. 마음 같아선 전국을 신속 배송 가능 영역으로 지정하고, 공격적인 확장으로 이 시장의 넘볼 수 없는 강자가 되고 싶었지만, 앞서 말했듯이 전략을 수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이 우리의 자금력 한계 상황에 있었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모든 결정을 해야만 했다.


 이번 변경의 결론은?


 여기서 부터는 스포가 아니겠다. '망해가는' 이라고 했지, 아직 우리가 '망했다' 라고는 안했다. 사실 '망해가는' 이라는 것도 이 글을 위한 자학적 제목뽑기일 뿐이다. 나는 아직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큰 꿈에 비해 현실이 시궁창인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함께 일하는 직원들과 그 꿈을 차근차근 만들어 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우리는 항상 가능한 최대한 정확히 진단했고, 전망해 왔으며 그 쪽을 향해 걸어왔다. 그 점에 있어서 만큼은 틀림이 없다 믿는다. 실패는 모든 이유로 실패하지만, 성공은 단 하나만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우리는 그 하나의 성공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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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쓰고, 그래도 개인적으로 힘든 점들은 짚어보자. 그걸 기대하고 이걸 보고 있을테니, 얘기는 해 줘야지. 이런상황을 맞이할 다른 분들을 위해 예방주사를 놔 준다는 개념으로.


 가장 힘든 것은 사람문제

 어디나 마찬가지다. 사람이 미래다 라고 하던 어떤 회사는 그 사람을 잘라내며 구조조정을 하기도 했고, 같이의 가치를 말하는 회사라도, 어려울 땐 같이 있기 힘든 게 당연한 결과다. 구조조정은 머리에 뿔달린 나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아무리 힘들어도 어떻게 사람을 자르냐. 이건 노동자의 신성한 노동권에 대한 배반행위 이며,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다. 라고 생각해 왔지만, 현실에서 구조조정은 최후의 옵션으로 항상 남아있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은 아니다. '효율화'라는 명목으로 '사람을 자른다' 하는 멘트만 놓고 보면 잔인하기 그지 없는데, 실제로 사업성을 검토하다 보면, 특히 '망해가는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결정을 안 할 수가 없다. 회사가 망해가고, 살아남아 보려고 방향을 조정하는데, 포기해야 하는 업무 영역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은 마음에 큰 짐이 아닐 수 없는 것이다. 머리와 손으로는 사업계획에서 해당분야 인원 감축을 결정해야 한다고 하지만, 면면을 들여다 보면 가슴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고, 같이 일한 추억이 없는 동료가 없으니, 이걸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노동법이나 노동자의 권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우리 같은 작은 회사에서 함께 옆에서 땀흘리고 일하던 동료를 내보내야 한다는 것은 진정 가슴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사업 상황이 이 정도에 이르고, 이런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울 때에는 정말 '노답' 상태가 된다. 연애인 들이 자주 방송에서 언급하는 바람에 그들만 걸리는 사치병 같아 보이기도 하는 '공황장애' 같은 증상도 이 쯤에는 충분히 찾아올 수 있다.

 참고로 공황에 대해 이야기 해 보자면, 스트레스가 극심한 어느날 귀가중에 갑자기 뭔가 '불안' 이라고만 단순히 표현하기엔 조금더 복잡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내 경우엔, 이게 시작이었다. 갑자기 너무 평소의 정신상태와 다름을 느낀다. 업무 때문에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맞이한 적이 처음은 아니었는데도, 이번엔 달랐다. 그래서 당장에 무슨일이라도 생길까 싶어, 혹시나 쓰러지면 그 사실이라도 알리자 하는 마음으로 가족과 통화를 했다. 택시 안에서 였다. 그 순간은 그렇게 흘러갔으나, 몇일 후 계속되는 스트레스에 한번은 진짜 올 것이 오고야 말았다. 갑자기 숨이 안쉬어지는 상태가 오더니, 순간 죽는구나 싶은 공포가 밀려왔다. 다신 겪고 싶지 않은 끔찍한 불편함, 불안과 공포의 순간이다. 그때엔 혼자 있는 상태에 핸드폰도 없던 터라, 숨쉬기를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여 하고, 혹시나 쓰러져도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사람들이 많은 장소로 아주 천천히 이동을 했다. 어찌어찌 그 순간은 모면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순간이다. (그 이후로도 비슷한 증상은 몇 차례 반복되긴 했다. 지금은 약을 먹고 거의 나은 상태다.)

 그러니까 마음을 주었던 많은 동료들을 잃는 다는 것은, 마음을 많이 잃는 것과도 같다. 반면에 한편으로는 다소 위안이 되는 부분도 있다. 다행이도 이 시장에서 이 업종에 종사하는 친구들은 아주 이직이 쉬운 편에 속하고, 여기 시장에서의 취업률 자체가 워낙 높아 사실은 구조조정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평균 근속년수가 2년이 안되는 부분도 있긴하다. 그래도 처음부터 같이 시작 해 내 회사처럼 지금을 만들어 준 친구들이 눈시울을 붉히며 이별을 고할 때, 마음이 또 아린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감성팔이 그만하고, 다시 업무얘기로 돌아오자면, 그래서 구조조정을 어쩔 수 없이 해야 한다면, 그 처리 시간은 최대한 단축하는 것이 내 경험으로는 가장 좋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비용부담이 늘어나는 부분은 감수해야만 하지만, 그렇지 않고 시간을 오래 끌면서 진행하는 방법을 선택할 경우, 비용 이외에 더 많은 것을 잃을 수가 있다. 구조조정이 계속되는 기간중에 마음 다 잡고 나 홀로 업무에 매진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자연스럽게 회사의 분위기는 어수선해지고, 막상 남아서 열심히 다음을 기약해야할 동료들도 함께 흔들리거나 퇴사를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 남은자는 더 많은 일을 해야하고, 더 많은 고통을 또 감내해야 할 역할을 가진 자들이기에, 이들을 위한 배려도 충분히 해야 하지만, 보내는 사람도 있는 판국에 남은 사람일 지언정 더 나은 배려를 해 주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는 하나를 기억해야 한다.


 좋은 헤어짐이란 없다. 좋은 추억이 있을 뿐이다.

 헤어짐은 아쉽고, 슬프고, 때론 화가나는 일이다. 좋은 사람으로 남고자 한다거나, 좋은 회사로 기억되야 한다는 괜한 강박에 사로잡혀 결정된 일을 시간을 끌며 서로에게 안 좋은 경험의 시간만 늘려 가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있을 수 있는 좋은 기억이 훼손되지 않도록, 헤어짐은 짧게 끝내야만 한다. 


 또 다른 어려움은 함께하는 동료들 사이에서 만들어질 수 있는
 불신과 비난의 문제다. 

 지금 상황은 '뭔가 잘 못 되어' 새로운 길을 찾아야 하는 상태이다. 이 상태에서는 자연스럽게 마음 속에, 지금의 상황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고 싶은 생각이 자리하게 된다. 사소한 문제도 사소하지 않게 받아들이고, 서로의 역할에 대해 제대로 했는지 날선 감정으로 묻거나 따지게 된다.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이럴 땐, 서로 그 럴 수 있다는 사실을 터 놓고 인정하고, 선을 넘지 않도록 서로 제재를 해야 한다. 그래도 말처럼 이게 쉽지는 않다. 어쩔 수 없이 감정상하고, 싸우고, 그래도 일하다가 또 풀리고, 그러는 경우가 생긴다. 성격이 잘 맞는 경우도 중요하지만, 일로 만난 사이니까 안맞는 성격도 있을 수 있다. 냉소적이거나 비관적인 성격을 가진사람을 만난다면 훨씬 더 그 과정이 힘들 수는 있겠지만 함께 가려면, 터놓고 얘기하고 풀어나가야 할 수 밖에는 없다. 혼자 쌓아두는 일은 해서는 안된다. 차라리 화를 내는게 낫지, 혼자 쌓아두면 병이되어 결국 함께 가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또 한 가지 더 큰 문제는 이런 실패의 연속들이 가져다 주는 자기학대와 같은 결과들이다. 자신을 책망하며 끝없이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은 가장 금기시해야할 일이다.  


최소한 자기학대는 하지 말자.

 사업실적에 대한 평가나 대책등을 회의하는 시간이 되면, '망해가는 회사'가 희희낙락 웃으며 유쾌하게 회의하고 있는 분위기를 연출해 내기란 어지간 해서는 쉽지 않은 일이다. 조금 더 과하게 표현하면, 미치지 않고서야 있기 어렵다. 서로를 비난하자니 다 힘든데 우리끼리 총질하기는 더 그렇고. 그러다 보면 혼자 자기탓만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내가 했던 선택들을 의심하고, 후회하고, 절망하게 된다. 심지어는 내가 초등학교 때 탔던 우등상도 내가 잘해서 탄게 아닌 것 처럼 느껴진다. 이런 방향으로 고민하는 일은 최대한 하지 말자. 누구도 잘 했다는 사람 없고, 객관적인 상황도 녹록치 않지만, 언젠가 해 낼 수 있는 타고난 운 좋은 사람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계속 가지고 가야 한다. 여느 위인전에 있듯이 역경과 시련이 없이 성공은 만들어 지지 않는다. 주변의 성공 사례들은 왠지 날 때 부터 잘 난 것 같고, 저 사업은 어쩌다 운 좋게 저렇게 대박나서 좋겠다 싶지만, 사실 그 안에 말 못할 고민들이 훨씬 많았을 수 있다. 우리가 하는 사업이 성공을 하게 된다면, 우리도 사실 그렇게 보여질 수 있다. 그러니 나 자신을 더 믿고 스스로를 보듬는 훈련도 의식적으로 나마 해야 한다. 이 시기에 아무렇지 않다면, 그게 바로 이상징후 일 수도 있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의 어려움도 어느 단체 활동과 다를바가 없는 것 같다. 사람과 사람사이의 일들이고, 맡은 일을 잘 해내야 하고, 대게의 경우는 맡은 일 보다 훨씬 더 많은 일들을 잘 해내야 한다. 그 배경에는 서로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자신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망해가는 회사' 에서 일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일이다. 내가 가져왔던 나 스스로에 대한 신뢰를 재검증해야 하는 시간이고, 어찌되었든 그래도 아직 나는 괜찮는 놈이다라고 믿으며 앞으로 돌진해야 하는 일이다. 많은 이별을 견뎌야 하고, 많은 시련을 견뎌 내며, 아직은 '망해가는 것' 처럼 보이는 그 방향성이 우회축적 처럼 힘으로 쌓여,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도록 끊임없이 구심점을 잡고 성공을 향한 이 쪽으로, 이 쪽으로 돌려 세워야만 하는 일이다. 


 냉정하게, 우리가 '성공하는 회사' 가 될수 있을까? 라고 물으면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회사를 이끌어가는 멤버 중에 한명으로서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회사의 방향을 돌릴 수 있도록 그 구심점을 다시 단단히 박아주고 잡아두는 일 이라는 점에는 의심이 없다. 그렇게 놓치지 않는 구심점을 잡아둔다면, 언젠가는 '성공하는 회사에서 일한다는 것은' 이라는 글을 쓰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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