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이커머스가 뭐야? #4
대체, 이커머스가 뭐야? #4
플랫폼 이야기.
햄릿이 이 시대에 태어나 이커머스 몰을 차렸다면, 이 고민을 하다가 죽었을지 모를 일이다.
웹이냐, 앱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플랫폼이라 하면, 또 정의하기에 따라 할 이야기가 너무 많아지는데, 일단 여기서는 모바일이냐 웹이냐 하는 디바이스에 따른 플랫폼 종류 중 어떤 게 좋을까 하는 논의로 간단히 정리해 얘기해 보자.
사이트를 만들려고 일단 시작을 하게 되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피할 수 없게 된다. 하긴 또 요즘에 간단한 사이트를 구축한다고 하면, 쉬운 서비스 들을 이용해 바로 웹으로 만들고 그게 모바일에서도 그대로 보이는 방식으로 구현되고 있는 경우가 많으니, 어찌 보면 이런 구분과 논의도 조금 구시대적인 논의 일 수도 있겠다.
그렇다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디에 더 힘을 줘야 할까? 하는 질문으로 바꿔 봐도 좋겠다. 결국은 이걸 결정해야 하는 이유는, 점점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콘텐츠가 늘어갈수록, 가진 자원 안에서 뭐부터 집중해서 처리할 것인가 하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기 때문이다. 2019년 현재를 사는 우리는 직감적으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고 있다. 정답은,
모바일 퍼스트.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구호인데, 결국 모바일에 먼저 집중하자 이다. 크게 고객이 우리 사이트를 보게 되는 플랫폼은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우선 PC와 모바일로 나뉘고, 모바일이 다시 모바일 웹과 모바일 앱으로 나뉜다. PC는 익스플로러나 크롬, 기타 웹 브라우징 툴을 써서 접근하게 되는 플랫폼을 말하고, 모바일 웹은 마찬가지로 스마트폰에서 웹 브라우징 툴을 써서 접근하는 플랫폼을 말한다. 앱은 모두가 다 아는 바로 그 App(application)이다. 각자의 행동 패턴을 잠시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얼마나 스마트 폰을 많이 쓰는지 느낄 수 있다. 결국 일반적으로 PC 보다는 모바일을 통한 트래픽 유입이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 사이트 같은 경우에도 트래픽의 80%는 모바일로부터 나온다. 나라별로 다소간의 차이가 있다만, 모바일 환경이 구축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이 정도 수준의 모바일 트래픽 비중을 보여준다. 그러니까, 이것만 봐도 정답은 이미 모바일이다. 내가 햄릿 살렸네.
각각 어떤 특징들이 있을까?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각 특성을 조금 더 자세히 구분해 보자.
그전에, 우리 사업의 이야기를 조금 해 보자면, 우리는 처음 시작할 때 기세 당당히 시작했으므로, 모든 플랫폼을 완벽하게 커버하려는 야심 찬 계획을 가지고 시작했다. 모든 플랫폼은 직접 개발했으며, 그러다 보니 필요 역량이 많이 분산되게 되었다. 모든 플랫폼을 운영한다는 것은, 관련된 IT 인력과 UI/UX 인력, 또 각각에 특화된 캠페인 관리 인력을 갖추고 있어야 함을 의미한다. 또한 마케팅에 있어서도 각 툴에 맞는 인력을 가져야 한다. 너무 많은 욕심을 내면 어느 하나에서도 뛰어나지 못하는 결론을 가져온다. 때론 당연한 이런 진리가, 겪고 나서야 알게 되기도 한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생각해 볼 때, 미리 모바일로 포커싱 해 더 집중했더라면, 하는 생각도 마음 한편에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다.
돌아가서,
사이트 접근 가능성
사실 접근 가능성 측면에서는 브라우징 툴을 이용해 접근하는 경로들이 훨씬 좋다. 다들 핸드폰을 들고 제일 먼저 여는 게 인터넷 창 아닌가. 그러면 그 창에서 자연스럽게 우리 사이트가 노출되는 것 - 모바일 웹 - 이 제일 좋은 접근 경로가 된다. 사용하는 게 PC 라면 웹, 모바일이라면 모바일 웹으로 구분하자. 그러면 사이트를 개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이 두 가지는 다를까? 기본적으로는 다르다. 그런데 사이트를 어떻게 구축할 것인가에 따라 이 답도 달라진다. 직접 코딩을 해서 각각의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고, 반응형 웹이라는 형태로 사이트를 구축할 수도 있다. 직접 코딩을 하지 않고 이커머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서비스들을 이용할 경우에는 대부분의 서비스가 반응형 웹으로 연동 제작되도록 구성되어 있다. 모바일 앱은 어떨까? 이건 다들 알다시피, 별도의 개발을 통해 만들어지는 플랫폼으로 봐야 한다. 또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는 디바이스의 OS, 즉 안드로이드냐 혹은 애플의 iOS 냐에 따라 그 개발언어가 다른 경우가 많고, 해당 언어를 아는 개발자를 따로 고용해야 할 경우도 생긴다. 정리하자면, 접근 가능성 면에서는 '웹'이 승리. 고객의 디바이스 이용 성향으로 보아 더 구체적으로는 '모바일 웹'이 승리다. 또 한 가지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이, 주요 광고 채널들에서 링크로 유입되는 경우 대부분은 모바일 웹으로 유입이 될 거라는 점이다. 고객이 광고를 볼 가능성이 가장 높은 디바이스가 스마트 폰이고, 거기서 링크를 클릭한다면, 우리 앱이 미리 깔려 있는 고객이 아닌 이상은 일단 모바일 웹 페이지로 유인해야 한다. 그러니 이런 면에 있어서도 역시 '모바일 웹' 승리.
CRM 활동을 위한 활용 가능성
CRM 활동이란, 가입하거나 방문한 고객을 대상으로 펼쳐지는 고객 관계 관리 마케팅 활동이다. 가입한 사람들을 어떻게든 재방문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을 많이 가질수록 당연히 사업자 입장에서는 좋을 수밖에 없다. 웹은 웹브라우저를 통해 푸시 메시지를 보내는 게 가능한 케이스들이 있다. 크롬 같은 경우가 그렇다. 한국에서 많이 쓰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같은 경우에는 Add-on 기능을 통해 가능하다. 결국, 웹 페이지의 경우 푸시 메시지를 통한 고객 유인이 많이 제한된다고 봐야 한다. e-mail이나 문자 메시지를 통한 활동은 웹이냐 앱이냐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은 아니니 이건 제외하도록 하자. 그런데 이런 면에 있어서는 모바일 웹은 또 잼병이다. 모바일 웹은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능을 살려두지 않아, 가장 활용이 어려운 채널로 볼 수 있다. 그러니 CRM 활용 면에 있어서는 앱만큼 뛰어난 게 없는 거다. 물론, 고객이 기능을 차단하는 케이스들은 모두에 가능한 경우 이므로 별론으로 한다. 아무튼 그리하여 모든 온라인 회사들은 다들 그렇게 앱을 다운로드하게 하려고 난리인 거다. 어디서 따로 설명할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잠시 앱다운 마케팅 지표에 대해서도 얘기해 두고 가자. 앱 다운을 위해 지출하는 비용을 관리하는 지표로는 CPI(Cost per Install)라는 개념이 있다. 고객이 우리 앱을 다운로드하여 설치하게 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다. 이 비용은 모바일 플랫폼 경쟁이 치열하면 해 질수록, 모바일 통신 환경이 좋아지면 좋아질수록 점점 올라간다. 한국시장과 신흥 시장의 CPI 단가 차이는 10배 이상 나기도 한다. 앱을 관리할 때는 다운로드 수 / 앱 삭제 수 / MAU(Monthly Active User), 월별 활동 고객 수 / 유입 트래픽 / 푸시 허용 고객 수 / 푸시 OR(Open Rate), 푸시 메시지를 받은 고객 중 열어본 비율 / 매출 / CR(Conversion rate) 등을 함께 연동시켜 관리해야 한다. 그래야 앱을 통해 얼마나 많은 고객들이 다시 방문하고 편하게 구매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체크해 나가며 개선할 수 있다. 너무 옆으로 새기 전에 다시 돌아가자.
유지 관리 비용
만약에, 전문 개발자를 상시로 채용하고 관리하는 수준의 회사라면 당연히 관리비는 해당 개발자의 숫자에 따라 달라지고 그 개발자의 수준에 따라 비용이 달라진다. 그런 디테일 차치하고, 단순히 '개발'만 놓고 생각해 보면 웹은 한 명이 하나의 언어로 가능한 경우가 있고, 모바일 웹도 마찬가지, 앱의 경우엔 안드로이드와 iOS 둘만 놓고 봐도 2명은 필요하니, 단무지로 생각해 보면 웹 쪽이 낫다 하겠다. IT 팀 조직을 꾸리는 이야기는 나중에 조직 구성에 대한 부분에서 다시 하기로 하자. 기본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제공하는 '카페 24' 같은 회사를 이용하는 경우, 사실 쉽게 이 부분을 해결할 수 있기는 하다. 내 마음대로 커스터마이징 하기엔 한계가 있지만, IT 관련된 초기 투자비를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하니, 상품은 있는데 그걸 팔 기 위한 적당한 온라인 몰이 필요한 경우엔 그쪽으로 접근해 보는 게 가장 합리적인 것 같다.
그런데 개발/유지에 대한 비용 이외에 광고와 트래픽의 종류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사정이 또 달라진다. 웹 사이트의 대부분의 트래픽은 우리가 뿌리는 광고로부터 오거나, 검색을 통해 유입된다. 그런데 앱은 디렉트다. 고객이 앱을 클릭해서 우리 사이트에 들어온다는 얘기다. 이런 서로 다른 성격의 고객 유입이 어떤 결과를 주는지는 CR이라는 지표로 분석이 가능하다. 유입된 트래픽 중에 얼마나 많은 고객이 구매를 하는지를 나타내는데, 웹 트래픽에 비해 앱 트래픽의 CR 이 많게는 2배가량 높게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정상적이라면 적어도 50% 이상은 높게 나타난다.
또, App을 이용할 때 더욱 좋은 점은 고객이 앱을 여는 순간부터 움직이는 모든 동선들을 트래킹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어떤 과정에서 고객이 불편을 겪는지, 어떤 카테고리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지, 어떤 콘텐츠가 고객에게 더 눈길을 주는지 등을 분석해서 개선해 나갈 수 있다. 이런 농밀한 관계를 맺는 것은 마케터라면 누구나 꿈꾸는 이상적인 상황이고,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또 누구나 원하는 바람직한 고객 관리의 방법 이기도 하다.
결론.
웹이냐 앱이냐. 결국은 둘 다. 단, 디바이스는 모바일에 중점을 둔다. 모바일 웹/앱만 있다면, 과감히 PC는 버려도 좋다. (사업 특성별로 타깃 고객이 다르고, 경우에 따라 타깃 고객이 PC를 더 많이 사용하는 사람일 수도 있으니 100% 옳은 것은 아니다)
모바일 웹과 앱 중에서 꼭 하나 골라서 먼저 해야 한다면? 모바일 웹을 통해 시작하고, 앱을 차차 만들자. 앱이 가져오는 트래픽의 질이 웹에 비해 아주 좋긴 하지만, 처음 시작하는 비즈니스에서 앱만으로는 다운을 유도하기가 너무 어렵다. 광고 편의성을 놓고 보기만 해도 모바일 웹이 일단은 더 필요하다. 기껏 광고해서 클릭을 유도했는데, 다시 또 앱 다운로드하라고 하면 이 단계에서 이탈되는 고객이 상당수가 된다. 결국 돈은 돈대로 쓰고, 서비스를 보여주지도 못하게 된다. 모바일 웹으로 시작하고, 서비스를 맛보게 한 다음 모바일 웹에서 앱 다운을 유도하는 방법이 얼마든지 있으니, 일단 모바일 웹부터 시작하길 권한다. 참고로 구글에서 만들어낸 기술 중에 PWA(Progressive Web App)이라는 툴도 있다. 모바일 웹이지만, 앱과 같은 UI/UX의 구현이 상당 부분 가능하도록 기능을 갖출 수 있으니, 이것도 활용해 볼 수도 있겠다. 뭐.. 우리끼리 하는 얘기지만, 이 기술도 구글이 자기들 생태계 안에 사업자들을 영원히 가둬 두려는 앙큼한 계략이다 라고 핀잔을 주기도 하는데, 활용성이 뛰어난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은 사이트에 발을 들인 사람들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점을 살펴본다. 이른바 UX 디자인과 유저 플로우 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