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끄적끄적

고기 굽는 남자

피할 수 없는 집게와 가위

by JJ

언제부터였을까? 나의 손에는 항상 집게와 가위가 쥐어져 있었다. 친구들과 술을 한잔할 때, 직장 회식할 때, 데이트를 할 때, 가족 외식을 할 때 등등등..


글쓴이가 경험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게와 가위 집는 것을 싫어한다. 그것이 내가 모두들 기피하는 그 연장들을 집어 드는 이유이다. 남들이 싫어하는 것들을 내가 하면 남들이 좋아할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는 서투른 집게질과 가위질 때문에 그것들을 앞장서서 집어 들기가 쉽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고 말하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남들은 하하호호 왁자지껄 즐거운 대화를 나눌 때, 나는 뜨거운 열기를 참아가며 오케스트라 지휘를 하듯 양손을 바쁘게 움직인다. 고기를 완벽하게 굽기 위해 이리저리 뒤집으며 가위질을 하고, 완성된 고기는 오와 열을 맞춰 대기자들의 앞에 정렬하여 준다. 그들은 수다를 멈추고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이 서둘러 잘 익은 고기들을 성급히 자신들의 입속으로 집어넣는다. 육즙의 향연에서 터져 나오는 즐거움의 음색을 나의 집게, 가위 지휘에 맞춰가며 스스럼없이 내뱉는다. 고기를 진짜 잘 굽는다면서 칭찬일색인 그들의 얼굴에는 화색이 가득하고, 술자리의 분위기도 한층 더 무르익는다. 그들이 배가 불러서 고기를 섭취하는 속도가 확연히 줄어들 때쯤에서야 주문한 고기가 바닥나서 갈 곳을 잃어버린 나의 두 손은, 그제야 마음 편히 차분하게 젓가락질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된다.


간혹 눈치가 있는 친구나 동료들은 내가 고생한다며 고기를 쌈 싸서 나의 입에 넣어주기도 하지만 나의 집게와 가위를 회수해 가는 이들은 정말 친한 친구들을 제외하고는 없다.


만나는 사람이 바뀌고, 주변 환경이 변해도 이놈의 집게와 가위는 지겹게도 나를 따라다녔다. 군대 생활을 하면서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도, 나의 집게질과 가위질은 쉴틈이 없었다. 이쯤 되니, 마음을 내려놓고 굽기 장인이 된듯한 착각을 하며 고기 굽기에 더욱 열중하였다. 종종 고집을 피워가며 집게와 가위를 나에게서 떨어뜨리려는 자들이 있기는 하였지만, 고기 굽기 장인의 눈에는 그들의 굽기 수준이 성에 차지 않아 어느새 자석에 이끌리듯 집게와 가위는 나의 손에 들려있게 됐다.


그렇다. 이놈의 성격은 나의 몸이 한시라도 가만히 있는 꼴을 못 보나 보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서로 눈치 보는 것이 싫어서 집어 들기 시작했던 그 장비들이, 이제는 완벽한 밥상을 만들기 위한 나만의 도구가 되어버린 것이다.


나도 가끔은 남들이 맛있게 구워주는 고기를 먹고 싶다. 종종 고기를 구워주는 음식점에 가면 그들의 노고에 감사하며 고기를 맛있게 먹지만, 그들의 손에 들려있는 집게와 가위를 왠지 내가 들어야 할 것만 같은 고민에 종종 휩싸이기도 한다. 이렇게 재미난 나의 성격 덕분에, 아무래도 나는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두 손을 부들부들 떨며 고기를 굽고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든다. 봉사의 마음으로 시작하기는 하였지만, 이제는 나의 분신과도 같은 집게와 가위, 그 녀석들이 있기 때문에 오늘도 나는 불판 위에서 나만의 아름답고 완벽한 작품을 열심히 지휘하고 있다.


하기 싫은 것도 특기로 만들어 주는 꾸준함의 미덕.

꾸준함은 미래의 선물을 가장 손쉽게 얻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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