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끄적끄적

똑똑한 사람들

그분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함을 전합니다

by JJ

아무렇지 않게 사용하는 실생활의 조그마한 용품들부터 첨단 기술들까지, 아무렇지 않게 구매하고 소비하는 소비자로서 갑자기 불안함이 엄습해왔다.


'이분들이 없다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분들이 안 계시다면, 아무래도 그 먼 옛날의 농경사회로 되돌아가서 농사를 짓고, 가축을 돌보며 그렇게 살지 않았을까 자문하여 본다. 스스로를 멍청하지는 않다고 자신하였지만 결론은 어느 것 하나 생산할 줄 모르고 소비할 줄만 아는 우둔한 소비자일 뿐이다.


내가 생산자의 입장에서 인류를 위해 공헌한 일은 무엇이 있을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좀처럼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일반 개인을 위해 양보를 하고, 배려를 해준 정도가 전부인 것 같다는 생각만 머릿속에서 맴돈다. 솔직히 공헌보다는 폐해를 더 가하지는 않았을까? 나의 생명 유지를 위해 수많은 쓰레기를 발생시켰고, 그로 인하여 환경오염에 직, 간접적으로 가담하였다. 더군다나 미래에도 변함없이 그럴 예정인 그런 민폐인 말이다. 크게 보면 먹고, 싸고, 벌고, 쓰고의 생산인구이자 경제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언제든지 교체 가능한 부속품 같은 삶을 직장에서만 영위했던 것이 아니라 인간 사회에서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다.


안타깝다. 내가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생산인구로서 경제의 흐름을 미약하게나마 생산하는 것뿐이라는 것이.. 그것이 나의 주요 업적일 뿐이다.


어느 위대한 분들은 전기를 발견하셨고, 전구를 발명하셨으며, 전화기, 자동차, 비행기, 우주선, 인터넷 등등 인류의 발전에 혁혁한 공을 세우셨다. 나는 지금은 쓰지도 않는 라디오조차 부품이 있어도 만들 줄 모르는데.. 이분들이 안 계신다면, 그 부품들은 또 어떻게 제조한단 말인가?


인터넷이 사라진다면, 내가 지금과 같은 인터넷 생태환경을 구축할 수 있을까? 모뎀, 송수신기, 네트워크, 컴퓨터, wifi, 핸드폰 등등..


눈앞이 깜깜해지고 아찔하다. 살충제 하나도 만들 줄 모르는 까막눈은 어쩌면 똑똑하신 분들의 관리 감독하에 살아가야 하는 것이 맞는 선택일지도 모른다라는 생각이 든다. 합성 피레스로이드계는 또 어떻게 만드는 것이고, 어떻게 응축해서 어떻게 분사시킬 것인가? 동일한 인간이라고 동일한 대우를 요구하려고 했던 생각 자체가 문제였던 것일 수도 있다. 외면은 같은 인간일지언정, 내면은 차원이 다른 존재임을 우리네 두 눈으로는 확인할 수 없기 때문에 내 앞에 서계신다고 한들 그분들을 알아볼 수도 없을뿐더러 그분들의 지식을 쉽사리 흡수해낼 재간 또한 없다.


비닐과 종이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본드는 어떻게 만드는 것이고 의약품은 어떻게 제조될까? 제품들의 원료들은 어떻게 추출하는 걸까?


아무것도 모르는 돈의 노예들은 오늘도 생산자님들이 골머리를 써가며 생산하신 편리함의 은덕을 망각한 채, 당연하다는 듯 소비를 하고 있다.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과연 내가 사용하는 제품 중에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만들어낼 수 있는 물건이 얼마나 되는지. 그 물건들을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분들의 손들을 거쳤어야 했는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보면, 이 세상은 감사해야 할 분들이 천지에 널렸다. 그분들의 노고에 감사할 줄 아는 자세를 견지하자. 그런 마음가짐을 간직하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지 아니한가?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게 되면,
무엇을 할 수 없는지도 알게 된다.

능력의 한계는 없다.
다만, 시간과 자원이 한정되어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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