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잔소리

자랑질

남에게 좋은 것이라고 드러내어 뽐내는 짓

by JJ

자기 자식 자랑하는 부모님들도 남의 자식 자랑 듣는 건 싫어한다. 이것 참 아이러니하지 아니한가? 자랑은 듣기 싫지만 자랑은 해야겠고.... 이러한 모순의 챗바퀴는 우리의 삶 전반에 만연하다. 항상 부모님께 남들에게 자식 자랑하지 마시라고 신신당부드리지만 입이 근질근질하신 부모님은 오늘도 나 몰래 잘난 것도 없는 내 자식 자랑을 동네방네 하시며 염장질을 가장한 자랑질을 하고 계실 것이다. 상대방들의 마음은 독심술을 터득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손쉽게 읽어낼 수 있다.


'저놈의 양반들, 또 시작이네! 아.. 듣기 싫어! 그냥 확 망해버려서 저놈의 반복적인 자랑질 좀 그만하게끔 돼라!'


겉으로는 즐거운 추임새를 넣어가며 엄청난 호응을 하고 있겠지만 속으로는 듣기 싫은 남의 자랑질은 빨리 끝내고, 내 자랑을 시작하고 싶어서 말이 끝나기만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우리 아들은 연봉이~, 나는 됐다고 됐다고 했는데 어버이날이라고 안마의자를~"


물어보지도 않은 정보들을 알아서 척척 말해주니 감사하긴 하지만 전혀 감사하거나 즐거운 마음은 들지 않는 불쾌한 대화가 이어져 갈 것이고, 개중에는 자리가 파한 후 뒷담화하는 사람들도 생겨날 것이다.


장기하 가수의 '부럽지가 않아'란 노래도 이러한 연유로 Sensation을 일으키고 있는 이유가 아닐까?


한 번은 20대 초중반에 검은색 정장을 쫙 빼입고, 어떤 무리에서 친한 형을 만난 적이 있다. 그날따라 그 형이 나를 피하는 듯 보였고, 심지어는 나에게 조금 화가 나 있는 것 같은 착각조차 일게 만들었다. 만나면 불편함 없는 친형같이 친했던 그 형의 부정적인 기운은 말을 하지 않아도 표정에서 느낄 수 있었고, 어처구니없던 나는 덩달아 불쾌한 기분에 그 형과 잠시 거리를 뒀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대화를 나눠보니 내가 너무 멋있어 보이고, 본인은 초라해 보여서 화가 났었다고 술자리 끝에 힘겹게 말을 전해 들었다. 나는 자랑 한마디 하지 않았지만, 나의 행색이 자랑질을 한 듯 보였다.


옷을 안 입고 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고 따지듯 반문하자 그 형은 벗고 다니라는 우스갯소리로 상황을 모면하려 하고 있었다. 그렇다. 자랑은 입으로만 하는 게 아니라 몸으로도 할 수 있음을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자랑할 의도가 전혀 없었음에도 상대는 스스로를 본인의 처지와 비교하며 내가 자랑하고 있음을 느꼈을 수도 있음을 배우게 된 좋은 계기였다.


나는 자랑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자랑할 의도도 없었다고 스스로 말 하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몇 번의 사건이 또 발생한다. 친한 친구들 모임에 외제차와 함께 와이프가 명품백을 들고 가니, 서로 언급은 안 했지만 다음번 모임 만날 때, 어떤 친구는 외제차를 구매했고, 어떤 친구는 와이프 명품백을 선물해 줘서 들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귀납적 추론을 해보면 자랑을 아무리 안 한다고 노력해도 각 개인의 비교로 인하여 생기는 자랑질은 없어질래야 없앨 수 없는 듯 보인다.


인류가 지속된다면 없어질 수 없는 자랑질이지만, 스스로 자랑을 자제하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불쾌한 대화의 순간을 많이 줄일 수 있지 않을까?


염장질 좋아하는 사람이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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