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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ug 16. 2022

사람을 믿지 말라!

검은 머리 짐승(인간)은 거두는 게 아니다

 대인 관계의 기본은 신뢰를 바탕으로 이뤄지지만, 사람을 쉽게 믿지 말아야 함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서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불문율 같은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인간관계를 형성해야 하지만, 정작 신뢰하지 말라고 하니, 이보다 더 역설적인 경우가 또 있을까?


 사람을 믿어서 손해 보는 경우보다는, 안 믿어서 예방되는 이익이 더 크기 때문에 이런 속설이 떠도는 것 아닐까? 그렇다면 사람을 믿지 않고 어떻게 인간관계를 현명하게 구축할 수 있을까? 다들 그러하듯 사회생활에서는 나의 감정을 최대한 숨겨야 한다. 내적 갈등 심화로 많이 힘들고 괴롭겠지만,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이 현재로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가장 현명한 방법임을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또한 엄연히 말하면 거짓이더라도 말이다.


 참 서럽다....


 속고 속여야만 하는 이 세상의 순리가.
 정직하면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의 구조가.
 거짓을 말할 수밖에 없는 이 세상의 구조가.
 인간의 지능이 창조해 낸 이 잔혹한 세상이.


 누군가를 신뢰하였다가, 어떤 형태로든 배신을 당한다면, 그 정신적 고통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차라리 골절을 당하는 것과 같은 고통이 백배 낫다. 정신적 고통의 괴로움은 육체적 고통의 그것과는 감히 비할 바가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스스로에게 방어적으로 변화하게 된다. 사람들을 믿어서 겪게 될 그 끔찍한 고통을 다시는 겪지 않기를 바라면서. 나이가 들수록 그 방어기제는 더욱 두터워지고 강해지기 때문에, 사람을 사귐에 있어서 그 깊이가 현격히 낮아진다. 믿음을 준다면, 그 깊이가 깊어지겠지만, 그 상처 또한 깊어질 수 있다. 나이가 들수록 상대방에게 믿음을 건네주기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쉽지 않은 선택이다.


 당신이 운이 좋아서 믿었던 가족이나, 지인, 친인척, 친구, 직장 동료 등으로부터 상처나 배신을 안 받았다고 치더라도, 그 암적인 기운들은 항상 당신 주변을 맴돌며, 호시탐탐 공격할 기회를 엿보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당신이 눈치채지 못할 만큼 교활하고 완벽하게 당신을 속이고 있는지도 모른다.


 거짓이 사실처럼 둔갑하고, 사실이 거짓처럼 보일 수 있는 혼돈의 이 세상에서 완벽히 믿을 수 있는 사람은 당신 혼자뿐임을 상기시켜주고 싶다. 그래서 이 세상은 고독하고 외롭다. 완벽하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은 각자 개인이 전부인 이 세상에서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이마저도 사치에 가깝다. 자기 자신을 꽁꽁 숨기며 살다 보니,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방황하며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의문을 제기하며 살아가는 이들 또한 그 숫자를 헤아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믿고 싶어도 믿을 수 없는 이 현실에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우리가 믿을 수 없는 이 세상이라는 큰 테두리에 살아가고 있으니,
이러한 처신은 어찌 보면 인과응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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