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끄적끄적

기억의 힘 VS 습관의 힘

누구의 힘이 더 강할까?

by JJ

호주로 이민을 온 덕분에 한국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좀 더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양국을 바라볼 수 있게 된 점은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큰 이점 중 하나이다. 그중 오늘은 나의 경험을 토대로 한 '기억의 힘' 대 '습관의 힘'의 한 판 승부에 대한 이야기를 읊어보려 한다.


먼저 글쓴이는 호주로 올 당시 한국 운전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 운전자였다. 모두들 알고 있겠지만, 호주의 도로 주행 방향은 한국의 그것과 정반대이다. 도로만 반대 방향인 것이 아니라, 운전석 또한 반대 방향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어색함은 배가 된다. 모호함은 크지만 호주에서의 자동차는 굳이 광활한 대륙을 누빈다고 하지 않을지라도 식료품 쇼핑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필수품이다.


윗글에서 미리 언질 했듯이, 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의 한국 운전 습관을 지닌 채 호주로 입국했다. 그때 당시에는 차라리 한국 운전 경험이 없었더라면, 더 쉽게 적응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도 가진 적이 있었지만, 이미 벌어진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 맨땅에 헤딩하듯 정면 돌파를 감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예상대로 처음에는 '습관의 힘'이 우세하였다. 머릿속으로 수없이 좌측통행을 되뇌어도, 도로에 뒤따를 차가 없거나 한적한 외곽 지역을 운전할 경우에는 때때로 우측 차선으로 역주행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질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며 사고가 안 났음에 감사해하였고, 많이 황당하면서 화가 났을 상대 차량 운전자의 아량과 배려심에 감탄하였다. 그렇게 스스로 명심 또 명심하며 운전을 하다 보니, 수 주내에 안정적인 호주 운전 실력을 뽐낼 수 있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기억의 힘'이 '습관의 힘'을 압도하며 1 년 여의 시간이 흘러가던 시점에 또 다른 고민 사항이 발생하게 되었다. 한국에 잠시 들어갈 일이 생겨서 귀국하게 되었는데, 한국 운전 방향이 반대 방향이다 보니 이미 적응해 버린 호주 운전 습관으로 인하여 또다시 혼선을 초래하게 될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결과는 예상외로 놀라웠다.


한국에서의 운전은 거의 아무런 지장이 없었고, 다시 호주로 돌아와서도 호주 운전에 큰 애로 사항이 없었다. 참으로 신기했다. 현재의 습관이 우세할 줄 알았지만 학습된 기억이 나의 과거 습관을 확실히 통제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어쩌면 너무나도 당연한 결말이지만 이 사소한 경험은 양국을 오고 가며 운전 때문에 고민하던 나에게 신선한 깨달음을 주었다. '이것저것 비슷한 것들을 많이 배워도 헷갈릴 걱정은 안 해도 되겠구나.'라고 말이다. 인간의 학습 능력은 위대하다. 그래서 배움에는 끝이 없다고 하는가 보다.


'기억의 힘' 승!


기억을 지울 수 없는 이유는 그 기억 또한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위로의 방법